우려했던 ‘트럼프 리스크’가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1월20일 취임에 앞서 2기 트럼프 행정부를 구성할 내각 후보들을 속속 인선하고 있다. 그중 주목받는 인사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그에게 USTR 대표를 다시 주문한 모양이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설계자’라는 별명을 단 그는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미국 총사령관이었다. FTA 재협상 테이블에서 ‘FTA 폐기’ 카드까지 내보이면서 우리나라를 압박해 챙길 건 다 챙겨간 장본인이다. 그는 보호무역주의만이 미국을 지킬 수 있고 그 핵심 수단은 ‘관세장벽’이라고 내세운다. 문제는 그 장벽을 자기는 쌓고, 상대는 허무는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점이다.
그가 미국에 무역 적자를 안겨주고 있는 나라 가운데 8위인 우리를 그냥 둘 리 만무하다. 8년 전 한국을 다뤄본 경험도 있다. 여기에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다. 반면 미국 상품이 한국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품목은 농축산물이 대부분이다. 협상 때마다 농축산물부터 내줘 최대 수입국이 미국이 됐다.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해소 전략 우선순위에 농축산물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USTR은 올 3월말 한국의 무역장벽으로 쇠고기 수입 규제와 과일류 수입 금지조치를 적시했다. 특히 사과는 라이트하이저가 대표를 맡았던 2018년 이후 내리 7년째 정조준하는 품목이다. 미국산 사과는 현재 ‘수입위험분석’의 8단계 과정 가운데 3단계인 예비위험평가 단계에 있다. 이 와중에 지난봄 ‘금사과’ 논란 당시 물가당국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빌미로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를 스스로 허물려는 자충수를 둔 바 있다.
미국산 사과는 ‘후지’ 외 모두 무관세이고, ‘후지’마저 6년 후면 관세가 없어진다. 미국산 사과에 대한 유일한 보호막인 수입위험분석을 국내 물가안정용으로 활용하려한 사실은 미국에는 기가 막히는 협상카드다. 그런 만큼 이제부터라도 전열을 가다듬고 농업부문 트럼프 리스크에 대응할 통상전략을 세밀하고 꼼꼼하게 짜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정부가 한국 농축산물시장을 우선적으로 손보겠다고 나서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