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생활건강이 새 수장으로 이선주(55)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빠른 세대교체에 나섰다. 예년보다 앞당겨진 인사로, 부진한 실적의 고리를 끊고 반등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특히 APR 등 1980년대 생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된 후발 화장품업체들의 급성장도 이번 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데이터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선주 신임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로레알 코리아에서 홍보·커뮤니케이션 업무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키엘(Kiehl’s)’과 ‘입생로랑(YSL)’ 브랜드를 맡아 국내 시장 안착을 이끌며 로레알 코리아 상무까지 올랐다. 2013년에는 로레알 USA에서 키엘 국제사업개발 부문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글로벌 시장 경험을 쌓았고, 2016년 다시 로레알 코리아 부사장으로 복귀해 컨슈머 및 메디컬 채널을 총괄했다.
이후 엘앤피코스메틱 글로벌전략본부 사장을 맡아 ‘메디힐’의 해외 진출을 지휘했고, 유니레버 산하 카버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겨 ‘AHC’ 브랜드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커피전문기업 테라로사 CEO를 지내며 비(非)화장품 분야까지 경험을 넓혔다.
LG생활건강의 실적은 최근 몇 년간 내리막을 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매출은 2022년 7조1858억 원에서 2023년 6조8048억 원으로 줄었고, 2024년에도 6조8119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7111억 원에서 4870억 원, 4591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3조30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줄었고, 영업이익은 1972억 원으로 36.3%나 감소했다. 불황 속에서 이정애 전 대표가 3년을 채 못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차석용 전 부회장이 10년 이상 장기 집권했던 과거와 달리 대표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뷰티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선주 대표가 HERA, 후(Whoo)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국 매출 부진을 돌파하고, 생활용품·음료 사업의 성장세까지 동시에 살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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