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과 마라톤 코스를 오가는 이중인생, 호주 변호사 리암 보우딘 스토리

2025-10-13

지난 9월 도쿄 국립경기장. 세계육상선수권 도쿄대회 최종일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수많은 선수가 탈진과 기권으로 마라톤 코스를 떠났다. 그런데 그 가운데 끝까지 팔을 흔들며 결승선을 향해 나아간 한 남자가 있었다. 리암 보우딘(호주)이었다. 그의 직업은 변호사. 그리고 전문 마라토너다.

호주 퀸즐랜드 출신 28세 보우딘은 평소 ‘마호니즈 법률사무소’에서 기업 전문 변호사로 일한다. 주 4일, 정장 차림으로 법정과 사무실을 오가며 복잡한 계약과 분쟁을 다룬다. 그러나 퇴근 후 넥타이를 벗는 순간, 또 다른 자아가 깨어난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거리로 나서 세계무대에 설 만큼의 실력을 지닌 엘리트 장거리 주자가 된다. 그는 13일 일본 매체 디앤서를 통해 “나는 낮에는 변호사, 새벽과 주말에는 선수”라고 말했다. 디앤서는 “법과 운동이라는 두 세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진정한 ‘이중인생(life dualist)’ 주인공”이라며 그를 소개했다.

보우딘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57위(2시간24분39초)로 완주했다. 기록으로만 보면 중위권이지만, 극심한 도쿄의 더위와 습도 속에서 24명이 중도에 쓰러진 가운데 끝까지 달린 그의 결승선 통과는 그 자체로 ‘투혼’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는 “30㎞ 이후부터는 다리가 완전히 지쳐버렸다”며 “그래도 완주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 최고기록은 지난 2월 수립한 2시간10분28초다.

그의 일상은 혹독하다. 평일엔 업무와 회의, 서류 검토로 하루가 끝나지만, 그는 매일 러닝화를 신는다. 그러나 훈련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바로 ‘쉬는 시간’이다. 그는 “힘든 훈련을 할 기분이 아닐 땐, 그냥 쉬거나 가볍게 달리면 된다”며 “억지로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보우딘에게 ‘휴식’은 게으름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열정은 자연히 돌아온다”며,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법정과 코스를 오가며 두 세계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는 “변호사로서의 집중력은 마라톤에 도움이 되고, 마라톤의 인내심은 법정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일할 때는 달리기에서 잠시 떨어지는 게 좋다”며 “한쪽에만 몰두하면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 인생의 두 면을 모두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우딘은 순위나 기록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그에게 마라톤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며, 경쟁보다 즐거움이 우선한다. 그는 “스포츠는 즐기기 위한 것이고, 그 대원칙을 잊으면 인생의 성공도 잡을 수 없다”며 “쉬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고 말했다. 디앤서는 “보우딘은 달리기를 ‘성취의 도구’로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리듬을 조율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하루의 철학적 시간으로 삼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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