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랭킹 204위 발렌틴 바체로(모나코)가 노바크 조코비치(5위·세르비아)에 이어 사촌 형마저 물리치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롤렉스 상하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바체로는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아르튀르 린더크네시(54위·프랑스)에 2-1(4-6 6-3 6-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바체로는 ATP 투어 마스터스 1000 대회 단식에서 역대 가장 낮은 세계 랭킹으로 우승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또 모나코 출신으로는 처음 마스터스 1000 대회에서 우승하는 영예도 안았다.
이전까지 투어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26세의 무명 선수 바체로는 이번 대회 예선부터 경쟁해 강자들을 줄줄이 꺾고 정상까지 올랐다. 8강에서 세계 11위이자 메이저 대회 단식 8강에 3번이나 오른 홀게르 루네(덴마크)를 제압했고 준결승에서는 ‘전설’ 조코비치를 2-0(6-3 6-4)으로 완파하기도 했다.

결승 상대인 린더크네시는 사촌지간이어서 극적인 우승 드라마에 흥미를 더했다. 린더크네시 역시 준결승에서 2021년 US오픈 챔피언 다닐 메드베데프(18위·러시아)를 물리친 실력자였지만, 사촌 동생의 기세를 꺾진 못했다.
우승 확정 뒤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감싸며 네트 쪽으로 걸어와 인터뷰에 임한 바체로는 “그냥 울음만 나온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다”며 감격했다. 이어 “오늘 승자는 둘이며, 승리한 가족은 하나뿐”이라면서 “상대가 사촌이자 함께 자란 친구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1세트에선 아르튀르가 더 잘했다”고 말했다.
바체로는 코치인 벤자맹 발레레와는 이복형제 사이다. 최고 랭킹이 204위였던 발레레는 2006년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초반 라운드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게 패한 게 현역 시절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페더러는 이날 경기장에서 바체로가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바체로의 랭킹은 40위 정도로 크게 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