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편함을 선택하는 용기, 그것이 환경운동이다

2025-11-20

요즘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화두 중 하나는 단연 ‘환경’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편리함을 향한 끝없는 욕심이 자연을 훼손했고, 그 결과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환경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단체가 있고, 하천과 해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시민 모임도 있다. 이처럼 환경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는 ‘환경운동’이라는 말이 어쩐지 거창하게 들린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좋은 일이지”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하지만 환경운동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거대한 프로젝트나 단체 활동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자동차, 전자기기, 자동화 시스템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 파괴가 자리하고 있다.

때로는 편리함 대신 불편함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불편함을 선택하자’는 말을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대부분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비데는 온열 시트와 자동 노즐로 편리하지만, 그만큼 전력을 소비한다. 대신 수동 비데를 사용하면 어떨까. 조금 불편하지만 기능은 충분하고,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커피를 즐길 때도 마찬가지다. 전동 그라인더 대신 수동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보자. 약간의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손으로 갈아 만든 한잔의 커피는 더욱 진하고 특별하다.

이러한 ‘불편함의 미학’은 개발도상국 지원에 활용되는 적정기술과도 닮아있다. 적정기술은 현지 여건에 맞춰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모터 대신 수동 펌프를 설치해 전기가 없는 마을에서도 물을 길어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전기를 덜 쓰고, 쓰레기를 줄이며, 인간의 시간과 노력을 조금 더 보태는 것—이 모든 것이 불편함을 선택하는 작은 실천이다.

조금의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순간, 지구는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지구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영욱 교육운동가·시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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