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법을 어길 때
메리 로치 지음 |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 392쪽 | 2만2000원

요즘 일본이 곰 때문에 떠들썩하다.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일본 전 지역에서 곰의 습격을 받아 숨지거나 다친 사람이 20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야생 곰이 도심과 주거지, 쇼핑몰까지 출몰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자위대와 경찰 기동대까지 출동해 곰 퇴치에 나섰다.
곰이 앙심을 품고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들히말라야 지역에서 ‘식인동물’로 악명 높은 표범, 농작지에 들이닥치는 코끼리, 사람 손에 들린 물건을 약탈하는 원숭이 또한 마찬가지다. 동물들은 본능을 따를 뿐인데 인간 사회의 법과 규범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골칫덩이로 낙인찍힌다. 인간에게 손해를 끼치는 동물들은 정말 ‘자연의 범법자’일까? 저자는 미국 콜로라도 에스펀의 뒷골목부터 인도령 히말라야산맥의 어느 마을까지, 동식물과 인간이 충돌하는 현장을 추적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탐구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수습하는 전문가, 나무 벌목 및 발파공, 포식 동물의 공격을 조사하는 법의학 수사관도 만난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인간이다. 우리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이 인간과 자연 간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욕심에 잘못된 행위를 반복한다. 주거지나 도심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쓰레기는 야생 동물들에게 편리한 먹잇감이 되며, 쓰러질 위험이 있다고 베어버린 오래된 나무는 실은 동물들의 보금자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충돌 해결의 열쇠를 인간이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인류가 자연의 특성을 이해하는 만큼 갈등이 봉합된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과 잘 지내려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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