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10시 KBS1 ‘다큐 인사이트’는 ‘물의 배신 – 생수병 속의 지구’가 빙송된다.
■ 히말라야의 경고, 만년설이 사라지고 있다.
남북극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눈과 얼음을 보유한 히말라야. 빙하에서 발원한 강물은 20억 아시아 사람들에게 중요한 식수원이다. 하지만 올해 히말라야 적설량은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온난화로 네팔 산악 마을 곳곳에선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과거 녹아내리는 빙하수와 빗물을 생활용수와 식수로 사용했던 마눙코트 사람들. 하지만 강수의 패턴이 달라지고,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해지면서 마을 사람 대부분이 떠나갔다. 몇 년 전 학교마저 문을 닫으면서 마을을 지키는 건 노인뿐이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무분별한 개발은 도시의 물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악취가 진동하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바그마티강.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물이지만 오염이 심해 전염병의 확산 경로로 변해버렸다. 1500년 넘게 시민의 음수대 역할을 했던 석조 우물 ‘둥게다라’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절반 가까이가 오염되고 말라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돈을 주고 생수를 사 마신다. 네팔 노동자의 평균 월 소득이 17만 원인 현실에서 물값은 큰 부담이지만, 안전한 물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 기후위기와 함께 심화되는 물 스트레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보다 수요량이 높은 ‘물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는 20억 명. 인구 증가와 산업화,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2050년엔 물 스트레스 인구가 5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올여름 가뭄 위기를 겪는 스페인에선 기온이 40도 넘게 치솟으며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와인 산지인 갈리시아 지방 또한 포도밭이 전소되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지금까지도 빗물에 잿더미가 섞여 흘러내리면서 인근 마을이 수질 오염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기후가 점점 예측 불가능하고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가뭄을 겪던 발렌시아 지방에선 지난해 8시간 만에 1년 치의 비가 쏟아지면서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에 따른 물 공급의 양극화 현상이 물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 스트레스의 역설, 생수병 속 대한민국
올여름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강릉에선 사상 최초의 가뭄 재난이 선포됐다. 11.6%까지 떨어진 오봉저수지 저수율. 110여 곳의 아파트에선 수돗물을 아끼기 위해 시간제 제한급수 조치가 시행됐다.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 소상공인 또한 수돗물 절약에 동참하기 위해 생수를 구입해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생수 사용이 늘어나며 덩달아 늘어난 플라스틱 쓰레기. 상인들은 과연 친환경적인 선택인지 씁쓸한 심정을 토로한다.
1ℓ 생수 한 병을 만들려면 이보다 4배 많은 물과 병 부피의 1/4에 해당하는 석유가 필요하다. 생수의 탄소 배출량은 수돗물 대비 약 700배 수준. 뿐만 아니라 생수를 마시는 사람은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보다 연간 9만 개 많은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연 생수는 지속 가능한 음용 방식일까? 물이 부족해지는 시대, 역설적으로 세계 생수 시장은 10년 사이 매출이 70% 넘게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 한정된 자원, 물을 둘러싼 갈등
2년 전 우루과이에선 물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가뭄으로 담수가 부족해지자 정부가 염도가 높은 수돗물을 공급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물. 하지만 97%는 바닷물이라 식수로는 사용이 어렵다. 담수는 고작 3%, 그마저도 인간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강과 호수 등 지표수는 1%도 되지 않는다. 물을 두고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다. 지난 9월 제천 송학면의 농민들은 생수 공장 건립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생수 업체가 임시 관정을 설치한 후, 마을 물이 마르고 싱크홀이 생기는 등 이상 현상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정된 자원인 지하수를 공공의 물로서 지켜가야 한다고 말한다.
■ 지속 가능한 물 사용을 고민하는 세계
인공지능 챗봇과의 짧은 대화에 필요한 물의 양은 500ml. 국내 반도체 제조 시설에선 매일 약 5억 명이 마실 수 있는 물을 사용한다. Al 혁명과 함께 가속화되는 물 전쟁. 세계는 지금 지속 가능한 물 사용을 고민하며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수돗물 음용률이 95%인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어린 학생들도 물병을 휴대해 어디서나 수돗물을 마신다. 공공의 물을 신뢰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수돗물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5%에 불과한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관리하는 공공의 물을 시민들이 외면한다면, 더 큰 물 부족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물을 둘러싼 갈등과 경쟁이 거세지는 기후 위기 시대, 어떤 물을 마시고 어떻게 물을 사용할지 우리 모두의 생존을 결정하는 진지한 고민과 생활 속 실천이 필요할 때다.
다큐 인사이트 ‘물의 배신 – 생수병 속의 지구’는 2025년 11월 20일 목요일 밤 10시 KBS1에서 방송된다.



![[우주 기술과 응용] 화성에서 농사짓기(4): 극한 환경 극복을 위한 도전, 화성 그린하우스 공학](https://www.usjournal.kr/news/data/20251120/p1065621674346626_185_thum.jpg)
![[시론] 불편함을 선택하는 용기, 그것이 환경운동이다](https://www.usjournal.kr/news/data/20251120/p1065622014094577_326_thum.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