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하반기부턴 재건축 추진이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그간 초기단계에서 족쇄로 작용했던 안전진단을 조합설립 이후에 받아도 되고, 추진준비위원회나 예비추진위 등 예비단계의 추진주체에게도 소유주 연락처 등이 제공될 예정이여서다. 대신 제로에너지 기준 준수 의무화와 층간소음 규제 등이 강화돼 '품질'에 대해선 잣대가 엄격해진다.
지난 11월 14일 국회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일명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으로 불리는 법안으로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의 명칭과 시행시기와 추진위원회 설립시점을 바꾸고,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등을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재건축 추진 전 반드시 거쳐야 했던 정밀안전진단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우선 정밀안전진단은 그 명칭이 '재건축진단'으로 바뀌고,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통과하면 된다. 이전까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후속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재건축진단 전에 구역지정을 받고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이 경우 '주민모금'에 대한 부담도 사라질 수 있다. 조합을 설립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조합은 시공사 입찰 당시 받은 입찰보증금을 초기 사업대여비로 빌려서 운용한다. 사업대여비를 받으면 그 비용으로 재건축진단을 받으면 된다. 이전까진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안전진단을 받고, 사업대여비가 생기면 환급을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조합설립을 위한 단체인 '추진위원회' 설립 시기도 앞당겨진다. 기존에는 정비구역지정이 된 곳에 한해 추진위원회를 만들 수 있었다. 6월 재건축 패스트트랙법 시행 후부턴 정비구역지정 전에도 추진위원회를 만들 수 있다. 추진위원회는 '법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인 추진준비위원회나 예비추진위보다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전자투표도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이전에는 일일이 지장날인을 한 동의서와 신분증을 내야 했지만, 앞으론 본인인증 후 전자서명을 할 수 있도록 길이 열린다. 전자투표는 조합설립 동의 때부터 각종 총회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다.
내년 6월부턴 제로에너지 인증기준 의무화도 민간아파트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제로에너지 인증기준은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총 5등급의 인증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인증기준이 의무화되면 아파트를 지을 때 최저등급인 5등급(20~40%)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공공 분양 아파트나 임대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층간소음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우선 내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짓는 '공공주택'은 층간소음 기준 1등급(37dB 이하)을 충족해야 한다. 바닥 두께도 기존보다 4cm 상향(21cm→25cm)한다. 정부는 공공주택에서의 검증을 거친 뒤 장기적으론 민간 주택으로 이러한 기준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