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의 책임

2025-05-13

우리 한국인들 참으로 대단합니다. 우리는 불과 수십 년 만에 가난뱅이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서양인들이 깔보고 조롱하던 민주 역량을 키워 마침내 성숙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습니다. 최근 대통령이 어처구니없는 대형 사고를 쳐 국민이 상심하고 국격(國格)을 실추시켰습니다만, 이마저 잘 수습해내고 있습니다.

그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파면되었고, 실추된 국격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우리만 알고 즐기던 문화에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를 접목시켜 세계가 알아주는 문화강국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가 이룬 이 업적들은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할 일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문제가 많고, 살기에 피곤합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중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신주의가 팽배해 너나없이 돈벌이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정치는 후진적입니다.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분열이 심각합니다. 지역적·이념적 갈등이 첨예합니다. 양성평등은 말뿐이어서 여성의 가사독박, 육아독박은 여전합니다. 최근에는 세대 간의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공부하라고 쥐 잡듯이 다뤄 극한 경쟁으로 몰아넣습니다.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생기를 잃고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누추합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세계 최저의 출산율, 세계 최고의 노인 빈곤율, 세계 최저의 어린이들의 삶의 만족도 등 각종 악성지표들이 이를 입증합니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겉모습에 현혹되어 한국을 동경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이 땅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머리가 우수하고, 교육열이 높은데도 우리의 삶의 질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교육의 목표와 방법이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우리 부모들의 지상 목표는 자녀들이 사회적으로, 세속적으로 성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 많이 벌어, 좋은 조건의 짝을 만나 남들이 질시할 정도로 폼 나게 사는 것 말입니다. 이로 인해 자녀들을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민주시민, 원만한 인격을 갖춘 사회인, 삶을 향유할 줄 아는 인격체로 기르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지금 누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들이 돈 빼면 시체뿐인 자기들의 가치관을 자녀들에게 강요하며, 최선의 돈벌이 방법을 갖추게 하는 것이 지금 우리 교육의 대강입니다. 자녀들을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줘야 할 도구로 전락시킨 것입니다. 그러니 자녀들이 죽을 맛입니다. 부모들도 역시 자녀들과 함께 하루하루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유대인들의 지능지수는 우리에 비해 상당히 낮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과학적·문화적·정신적 성취는 눈부실 정도이고, 각종 분야에서 세계적 영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행복도는 꾸준히 세계 5위 정도로 높습니다. 삶의 질이 매우 높은 것입니다. 이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마디로 그들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잘 계승·발전시키고, 새로운 것들을 과감히 접목시키는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에 있습니다.

그들은 균형 잡힌 전인교육을 중시합니다. 그들은 좋은 습관, 좋은 품성, 좋은 인격은 삶의 중요한 요소임을 알기에 인성교육을 중시합니다. 그들은 인간은 서로 존중하며 협력해야 질서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음을 알기에 사회성을 기르는 사회화 교육을 중시합니다. 그들은 이성적 지식에 기반해 문명을 발전시켜야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기에 격물치지(格物致知) 식의 지식교육을 중시합니다. 그들은 이 세 가지를 똑같이 중시합니다.

그들의 주요 교재는 조상들의 5천년 지혜가 집적된 『탈무드』입니다. 그들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이 책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고 논하는 식의 교육을 진행합니다. 거기에 새로운 지식과 창의적인 생각과 상상력을 덧붙입니다. 그 결과로 그들은 원만한 인격체가 되어 양질의 삶을 누리며, 위대한 업적을 성취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부모들은 지금부터라도 자녀교육의 목표를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줄 아는 민주시민, 원만한 인격체로서 삶을 향유할 줄 아는 인간다운 인간으로 양성하는 데 두어야 합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정작 해야 할 것들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것들을 고집스럽게 강요해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오직 자녀의 발전과 행복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 교육해야만 합니다. 그 외의 것들, 즉 부모 자신의 욕망이 개재된 것들은 싹 빼버려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우리 모두를 위한 자녀교육이 될 것입니다.

‘세태를 거스르면 내 아이만 낙오된다’는 생각으로 무장된 여러분이 세태를 외면하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으면 자녀들은 물론 우리 모두가 누추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송현 소설가의 소설중 일부를 요약했습니다.

서정환 <신아출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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