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천번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하나를 빠뜨린다는, 행여라도 一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말이다. 1,000 대 1의 대칭은 현실의 세계에서 쉽게 보기 힘든 구도다. 천이 하나를 목표로 하거나 천이 하나와 대칭에 서는 물리적 구조가 그만큼 불균형한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思考)의 세계에선 어떤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천 개나, 그보다 더한 수만 수조의 경우기 동원되고 고려되는 사안이 흔하다. 특히 사람끼리 사이에 행해지는 전쟁 전략에 있어서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그 결과가 옳은지 그른지 평가하는 것도 지난하다.
그런 예로 갖가지 술수가 동원된 삼국지의 적벽전이 있다. 208년에 발생한 이 전쟁엔 역사상 가장 출중한 전략가 반열에 있는 촉의 제갈량(공명)과 위의 조조가 등장한다. 공명은 관우라는 명장에게 조조의 명줄을 끊을 기회를 준다. 그러나 관우는 적이자 목숨의 은인인 조조를 딴청을 부려 살려 보낸다.
촉이 삼국을 통일할 절호의 기회가 날아간 것이다. 관우는 나라에 반역한 셈이다. 적벽전이 끝난 후 동오는 심기가 불편하다. 적벽전 승리에 훈수만 한 공명이 전리품을 다 챙겼기 때문이다. 동오는 육손을 대장군으로 삼고, 육손은 조조와 연합하여 관우를 사로잡고 그 목숨을 거둔다. 촉의 삼국통일 꿈은 여기서 사라졌다. 관우를 못 지킨 공명의 천려일실은 관우다.
업계의 한 후배가 있다. 코로나의 맹위가 약해진 2021년 가을에 코로나 극복담을 펼쳤다. 자신의 아내가 코로나에 걸렸는데 당시 62세다. 죽을 나이가 아니다. 千慮의 밤을 지새고, 집에서 병마와 싸우기로 결론을 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며 일부러 뽀뽀도 하니 자신도 병에 걸렸다. 그런데 같이 병이 걸리니 치유가 더 쉬워지더란다. 그는 천려일실에서 ‘사랑’이라는 一失을 꼭 붙들었다. 사랑의 천려가 가져온 승리다.
우리나라에서 一失을 놓치지 않기 위해 千慮를 일상으로 해야 하는 인사가 있다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일 것이다.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보좌할 그의 행동거지는 대통령의 그림자 양태와 자기 자신의 행태가 병행하는 2인의 천려를 동반해야 하는 데서다. 그 강 실장이 갑자기 전북도민의 주목 대상이 되었다.
관우와 후배 이야기를 앞에 꺼낸 것은 그만큼 강훈식 실장에로 접근하는데 빙빙 돌아가는 정서가 빡빡했기 때문이다. 강실장은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적자가 발생할 지방공항건설을 막으라 했다. 여기서 전북은 강실장이 천려에서 3失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새만금국제공항은 30여년 전 새만금개발이 시작된 이래 역대정부가 그 구도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 때 예타면제까지 취했고, 직전 정부에서도 공항건설 예산을 배정했으며, 올 대선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사안이다.
둘째 대통령 취임 40일 기념‘국민이 묻고 기자에게 답한다’에서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이 국민주권정부의 주요국정목표임을 확인하고, 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불균형 정도와 수도권과 거리를 참작하는 부가점수제도도 공언했다.
셋째 지난 11일은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한 법원의 취소판결을 되돌리지 못하도록 11월30일 착수할 공항 공사를 막으려는 가처분소송의 심문이 열린 날이다. 강실장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공항건설이라는 내각관할 사안을 다루는 것이 적절한가하는 의문이다. 거기에 하필 가처분소송 심문 전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에 대한 의문도 첨가된다.
노상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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