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고 안 오고···국내 여행업 '내우외환'

2024-12-29

"외국인들은 한국 여행이 위험하다고 안 오고, 내국인들은 물가와 환율이 너무 올라 여행을 못 가는 상황입니다. 평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손님도 늘고 있어요. 엔데믹 이후로 호황을 누릴 거라 예상했던 여행 업계가 다시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고물가·고환율로 인해 우리나라를 찾거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엔데믹 후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했던 여행업계는 다시 어려움에 봉착하며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행 주의국'으로 전락하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불안한 국가'로 인식됐다. 올해 1~10월 방한객은 137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 증가하고 2019년 동기간 대비 94% 회복했다. 하지만 12월 하루 평균 방한 관광객 수는 1~10월 누적 대비 15%나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과 탄핵 집회 등이 이어져 '한국 여행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굳어진 상황에서 여객기 추락 사건까지 겹쳐 외국인 여행객 유치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커졌지만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한국여행 매력도 급감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까지 겹쳐 한국 여행을 기피하는 심리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여행 매력도가 떨어진 탓에 내년 신규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인바운드 관광(외국인의 한국여행)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차지하며 연간 90조원가량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한다. 그만큼 방한 관광객이 감소하면 수조 원의 관광 수익 손실로 이어져 10만개 이상의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정세불안으로 내년 방한객 수가 목표치인 1850만명을 크게 밑돌 것으로 분석되자 ▲출입국 편의, 예약·결제 서비스 개선 ▲대형 행사 상반기로 전진 배치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제도 시범 시행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국제사회에 한국관광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며 "해외공관을 통해 한국여행의 안전성을 적극 설명하고 있으며 외신간담회, 유력 해외 미디어와의 협업 등으로 관광 이미지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물가와 고환율이 겹치면서 아웃바운드 관광(내국인의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심리도 크게 위축돼 여행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년 9개월 만에 1480원을 돌파하며 모객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비용을 무작정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 여행사들은 현지에 지불해야 할 부담을 감내하며 수익 악화를 토로한다.

여행사들은 국외 여행 표준약관에 따라 환율이 급격히(계약 체결 시점보다 2%) 변동할 때 고객에게 추가 요금 납부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에게 환차액 관련 안내를 진행하면 여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수익이 떨어지더라도 본 계약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최근 여행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6일 발표한 '주례 여행소비자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 계획률은 68.8%로 거리두기 해제와 엔데믹 시점인 2022년(77.3%), 2023년(72.6%)보다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는 물가와 항공료, 환율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단거리(일본, 중국, 동남아 등) 패키지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겨울 성수기에 여행 소비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겨울방학, 설 연휴 수요에 맞춘 특가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고물가·고환율에 미주·유럽 지역 모객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항공비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환율 면에서 부담이 적은 단거리 지역 수요가 많을 것에 대비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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