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수어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MBC TV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관계자 의견진술을 들은 뒤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11월22일 방영된 해당 드라마 1화에서는 수어 통역사인 여주인공 홍희주(채수빈 분)가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산’을 의미하는 수어가 반복 송출됐다.
극 중 앵커 나유리(장규리 분)는 이 방송사고를 두고 “이거 산이죠? 뫼 산? 잘했어요. 엿 제대로 먹여줬네요. 아니, 뫼 산”이라며 양손의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채 웃어 보였다. ‘뫼 산’(山)을 뜻하는 수어가 손가락 욕과 비슷하다며 수어 통역사에게 농담을 던진 것이다.
이 장면을 두고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수어를 희화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달 29일 드라마 제작진은 “드라마가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뤄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드라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한 테마로 삼아 기획한 작품으로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및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