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영향구역 3만6000ha, 역대 최대 규모 번져
사망자도 27명으로 늘어…1989년 이후 ‘최악’
경남 산청 산불 확산에 지리산도 위험

발생 일주일째(산청 기준)를 맞은 경북 북부·경남 산청·울산 울주 등 영남지역 대형산불이 사상 최대·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산불영향구역은 약 3만6000 헥타르(ha)로, 여의도 면적의 124배에 달하는 산림이 피해를 봤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는 27명까지 늘어 종전 최다 피해(26명)를 넘어섰다. 강풍이 계속되면서 진화에 애를 먹고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피해지역인 경북 안동·청송·영양·영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오후 4시 기준 집계를 보면 경북 북부, 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 등 세 곳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3만5974㏊다. 종전 역대 최대였던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의 피해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27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전 11시50분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지난 25일 산불 진화 작업 후 귀가 중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던 산불감시원 A씨(69)가 소사된 채 발견되면서 사망자가 더 늘었다. 산불 사망집계가 시작된 1987년 이래 종전 최다 피해가 발생한 1989년(26명)보다도 많다. 부상자는 중상자 8명을 포함해 32명으로 집계됐다.

진화작업은 속도를 못내고 있다. 낮 12시 기준 경북 5개 시·군의 산불 진화율은 평균 44.3%에 머물렀다.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은 75%, 울산 울주 산불은 81%로 전날과 큰 변동은 없다. 이날 기상청의 비예보에 잠시 기대를 걸었지만 낮 시간 중 찔금 내린 비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광범위한 산불 지역에서 피어오르는 연무 때문에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아 진화헬기 투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당국은 이날 경북에만 80대 가량의 진화헬기를 투입했지만 실제 가동률은 30% 수준이다.
반면 이번 산불은 ‘태풍급’ 강풍을 타고 ‘역대급’으로 빨리 확산됐다. 산림당국이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지난 25일 순간 초속 27m 정도의 바람을 타고 시간당 8.2㎞의 속도로 확산했다. 12시간도 안돼 불티가 최대 51㎞를 이동해 인접한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지로 산불이 번졌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역대 가장 빠른 확산 속도”라고 말했다.
타지역 산불 확산세도 심상찮다. 산청·하동 산불은 국내 최대 국립공원인 지리산에도 옮겨붙었다. 산림당국은 지리산 산림 약 30~40ha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북 무주에서 발생한 산불도 2단계로 확산돼 산림당국을 긴장케하고 있다. 해당 지역 인근에는 덕유산 국립공원이 있다.
이미 청송과 영양 등지에 걸쳐있는 주왕산 국립공원이 산불의 피해를 입었다. 자칫 국립공원 여러 곳이 동시에 산불피해를 입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경북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4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했다. 앞서 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 경북 의성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산불이 진정될 때까지 경북에 상주하며 관련 작업을 총괄 지휘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