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 거래와 금융 허브 구축 위한 기틀 마련해야

2025-01-12

트럼프 2기와 한국 주도 글로벌 탄소 감축 메커니즘

눈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세상사의 급선회를 예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그 중 하나다. 글로벌 차원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방향성이 제시될 수 있다.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에너지 전환은 모두 반대할 것이고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던 인플레이션감축법 등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개별 국가의 정책으로는 더 이상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은 인류에게 너무나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기후 이변이 생존의 문제가 된 국가가 늘고 있고 경제적인 피해는 지리적인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만, 의미 있게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경기가 침체되는 코로나 시기나 금융위기 시점을 빼면 여전히 인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지구온난화 대응은 공염불이었나.

실질적 온실가스 저감 효과 위해

국제 탄소 거래 메커니즘 틀 필요

한국, UNFCCC와 공동으로 준비

탄소시장 인프라 구축 방안 마련

기업 친환경 기술 개발 지원 가능

자발적 탄소 거래 시장 주도 필요

산업혁명 이후로 미국과 유럽이 이산화탄소(CO2) 배출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였으며, 지금은 중국과 인도와 같은 거대 개발도상국의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개별 국가나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두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국가나 개인은 비용을 오로지 혼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효과 측면에서도 누군가는 탄소 저감 비용을 전부 부담하고 배신자들은 비용 부담 없이 배출을 계속하기 때문에 아무런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 재원 마련과 저감 방식에 있어 개별 국가에만 적용되는 국가배출기여량(NDC)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태도는 피해 비용과 감축 비용에 따라 국가별로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비용을 내는 만큼 그 혜택이 그 나라에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는 감축 비용을 아낌없이 쏟아붓지만,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탄소를 대거 배출하는 나라가 항상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2018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 교수는 ‘기후클럽(Climate Club)’을 주창하고, 비슷한 지역이나 경제권끼리 ‘탄소 감축 담합 클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노력이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 체계를 통해서 투자 성과를 거두게 해야 하고 공동의 이익을 바탕으로 재원을 배분하고 다 같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약속을 지키게 해야 한다.

탄소 감축 위해 개도국에 금융지원을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29(COP29)에서는 몇 가지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졌다. 첫 번째는 신규기후재원목표(NCQG)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공공과 민간을 모두 포함해서 매년 약 1조3000억 달러의 재원을 모으고, 2035년까지 선진국 중심으로 다자간개발은행(MDB) 등을 활용해서 최소 연 3000억 달러를 조성하는 데 합의했다. 재원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에 MDB의 금융적 지원을 통해서 탄소 감축을 하게 하려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부터 2015년 파리협약까지 기후변화를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해 구체적인 책임을 부여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특히 파리협약 제6.2조 국가 간 자발적인 국제 감축 협력 사업의 추가 지침과 제6.4조 국제감축 메커니즘 운영을 위한 표준과 종합적 세부 지침을 최종 합의함으로써 실질적인 탄소 감축은 개별 국가의 사안이 아니며 국제적 감축 사업 확대와 국제적 탄소 시장 활용을 통해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국제 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 정부가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과 이러한 국제 탄소 거래 메커니즘의 틀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28일 대한민국 기획재정부와 UNFCCC가 공동으로 글로벌 자발적 탄소 메커니즘(GVCM) 개발을 위한 협력의향서(SOI)에 서명하는 자리가 한국 정부 주도로 마련됐다. 더 나아가 오는 2월까지 GVCM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협력 사업까지를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제대로 된 탄소 가격 제도 필요

각 나라의 정책에 부합하는 강력한 탄소 가격 책정 메커니즘 개발 방안을 마련하고 파리협약 제6조를 준수한 탄소 크레딧의 국제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개발도상국의 국제 탄소 시장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MDB의 재원을 활용해서 효율적인 탄소 시장 인프라를 구축할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이제부터 MDB가 구축한 펀드에 지원한 사업을 심사해 재원을 지원하고 그 자금으로 개발도상국의 탄소 감축을 통한 경제 개발을 도울 수 있게 된다. 이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책임 있게 국제 사회와 공동으로 준비해 온 결과물이며 가장 큰 문제인 국제 탄소 거래 메커니즘이라는 혁신적인 내용까지 준비해 온 점을 인정받는 시점이 된 것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을 때 우리는 조용히 이를 준비해 왔고 그 기여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은 배출권거래제(ETS)가 있어서 온실가스 가격을 산출해 낼 수 있다. 유럽과 미국 일부, 대부분이 무상할당인 중국 시장 정도가 탄소 가격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해당 국가에서만 그 가격을 통해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별 탄소 가격이 매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국가나 지역은 일방적인 손실을 떠안게 되는 것이 개별 국가 단위 ETS 시스템의 한계이자 현실이다.

또한 모든 나라가 경제적 가격 제도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임승차 문제가 항상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우선 중요한 것이 지구를 몇 개의 지리적 또는 경제적 블록으로 나눠서 탄소에 대한 제대로 된 가격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블록별로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측정·보고·검증(MRV) 시스템을 구축하고 크레딧의 무결성을 담보해줘야 한다. 그래서 UNFCCC가 동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일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탄소 가격제, 감축 기술 투자 이끌 수도

이렇게 되면 국가 개념을 넘어서서 글로벌 관점에서 자발적으로 저감 사업에 투자하고 유인하는 시장 구조가 등장하게 된다. 탄소 저감에 대한 한계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지리적, 경제적, 환경적 상황의 차이를 활용한 저감 활동이 생겨나고 경제적 인센티브 아래에서 국제적 감축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탄소 감축 사업을 지원하면서도 탄소 저감 크레딧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측면은 탄소 감축 기술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 투자 유인이 필요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개별 기업이나 개별 국가가 모든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독일은 20년간 1000조원을 투자했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성공하지도 못하고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도 못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특히 한국 기업의 강점인 저전력 반도체와 친환경 철강, 친환경 자동차, 친환경 선박, 청정수소기술 개발 투자의 연구·개발(R&D)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서 MDB 등의 재원을 통해 국내 기업의 숨통을 틔울 수 있고 국내 기업의 친환경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트럼프 등장, 탄소거래 불확실성 커져

국제적으로 보면 이미 자발적 탄소 거래 시장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왜냐하면 크레딧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우리가 설계하는 글로벌 자발적 탄소 메커니즘 하에서는 UNFCCC가 참여해 공신력을 갖춘 크레딧을 생성할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자발적 탄소 시장도 불확실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지만,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장을 통한 비즈니스로서의 감축 방안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글로벌 자발적 탄소 메커니즘이 구축되면 국제 감축 사업과 기후테크도 활발해져서 탄소 비즈니스와 탄소 금융이 등장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발생한 크레딧을 국제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이 필요하고 ‘글로벌 탄소 거래 허브’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지금까지 정부가 노력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주도의 글로벌 자발적 탄소 거래 시장을 한국에 구축하고 탄소 금융의 허브가 될 수 있는 기틀이 이미 마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탄소 금융 허브를 통해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기후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기후변화 선진적이자 모범국가임을 주창하고 여태껏 기후변화의 변방이었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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