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명 해고한 美 빅테크, 1500% 성과급도 모자라다는 韓 기업 [줌컴퍼니]

2025-01-28

‘15만7274 명’

미국 테크기업들의 정리해고 동향을 추적하는 웹사이트(layoffs.fyi)가 추적한 지난해 이후 미국 해고자 숫자입니다. 2023년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가 약 12만5000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해고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반드시 사업이 기울어서 해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기술 경쟁의 최선단에 서 있는 기업들도 무더기로 직원들을 잘라내고 더 능력있는 인원들을 충원하는 게 미국 빅테크의 문화입니다.

인공지능(AI)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메타는 연말 휴가가 끝나자마자 성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5% 인력 감축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메타 직원 7만2000여 명 중 3600여 명이 짐을 싸야 한다는 뜻입니다. 메타는 2023년을 ‘효율성의 해’라고 선언한 뒤 그 해에만 1만 명을 감원한 바 있는데 또 다시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 겁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의 약 5%를 감축하고 그 자리를 채울 강력한 인재를 확보하겠다”며 “올해는 더더욱 치열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MS도 당분간 컨설팅 등 일부 부서에서 신규 채원과 충원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일부 직원에 대한 해고 통보가 시작된 뒤 후속 조치입니다. 현지에서는 전체 인력 중 1%가 이번 감원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과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도 이미 2년 전부터 강력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 최소 1만 명 이상의 해고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빅테크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으로 돈 쓸 데가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시티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4대 빅테크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알파벳의 지난해 자본지출 규모는 약 2090억달러(약 299조원)로 전년 대비 40% 넘게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리고 이 지출의 상당수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가오는 AI 시대에는 ‘학습량’이 곧 실력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소화해내는 센터를 계속해서 짓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겨낼 도리가 없다는 겁니다.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합작해 데이터센터를 짓는 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한화 700조 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느끼는 투자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매년 시설투자에 50조 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고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가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점차 투자 규모를 늘려 기술 초격차를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1위 대만 TSMC가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투자금액을 곱절로 늘려 경쟁사들을 따돌려온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투자가 겁난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이 많습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회사가 돈을 벌어 설비 투자에 쏟는 것은 점점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데 ‘민관 원팀’으로 뛰는 다른 나라처럼 뭉텅이 보조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고용도 경직돼 있어 점차 투자금 조달하기가 버겁다는 겁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뛰어가고 중국도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다보니 한국이 점점 ‘크런치국가’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점점 경직되는 고용문화도 문제입니다. 미국처럼 자유로운 해고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효율성 향상 프로그램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이런 점에서 이미 절벽 끝에 몰려 있다는 겁니다. 실제 기업인들 중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52시간제 규제만큼은 제발 풀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TSMC 같은 기업들은 24시간 R&D에 매달려 있는데 이 격차를 쫓아가려면 시간의 축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강점이었던 저렴한 노동 비용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초과이익분배금(PS) 1000%와 특별성과급 500% 등 총 1500%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는데도 노조 반발로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결국 사내메시지를 내고 "1500% 성과급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끼실 수 있고, 작년 성과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그간 많은 노력으로 쌓아온 노사 간의 신뢰와 기업문화가 폄훼되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