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가 팬들의 항의성 현수막 때문에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7일 “UEFA가 크리스털 팰리스에 1만 유로 벌금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이는 컨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노르웨이 프레드릭스타드를 상대한 경기에서 팬들이 내건 ‘UEFA MAFIA’ 문구의 현수막이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현수막에는 UEFA 로고의 지도 대신 유로화 심볼이 삽입돼 있었다. 이 현수막은 지난 8월 커뮤니티실드 리버풀전,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첼시 원정, 그리고 프레드릭스타드와의 1차전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팰리스 팬들의 분노는 구단의 유럽대항전 강등 사태에서 비롯됐다. 팰리스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UEFA는 모기업 이글 풋볼(Eagle Football)이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멀티클럽 소유(MCO) 규정’ 위반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리그 12위에 그친 팰리스는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하고, 리그 6위 리옹이 우선권을 가져갔다. 이에 따라 팰리스는 한 단계 낮은 컨퍼런스리그로 밀려났다.

논란 이후 이글 풋볼은 구단 지분을 뉴욕 제츠 구단주 우디 존슨에게 매각했으나, 팬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벌금 역시 직접적인 부담은 구단 몫이지만, 팬들은 자신들이 UEFA에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인식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UEFA의 제재로 경기장 내 반입 검사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팬들의 반(反)UEFA 구호와 노래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UEFA MAFIA’라는 현수막은 크리스털 팰리스 팬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 구호다. 주로 UEFA의 규정, 판정, 징계나 재정적 결정에 반발할 때 팬들이 항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나폴리, 로마, 유벤투스 팬들이 유럽대항전 징계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제재에 반발하며 내걸었고, 스페인에서도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심판 판정과 징계 문제로 같은 문구를 사용한 사례가 있다. 또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폴란드 등 동유럽과 발칸 지역에서도 UEFA의 처벌을 ‘차별적’이라고 규정하며 “UEFA MAFIA”라는 현수막이 자주 등장했다. 이 구호는 특정 구단에 국한되지 않고, 팬들이 UEFA를 불공정하고 권위적인 조직으로 인식할 때 공통적으로 내거는 국제적 항의의 상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