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닛산자동차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발표했음에도 25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2% 이상 오름세를 타고 있다.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과감하게 감손 손실을 계상한 것이 시장으로부터 자력 재건을 위한 개혁의 자세로 평가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닛산은 24일,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적 전망치를 7500억엔(약 7조5000억원) 적자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1999년도 6843억엔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다. 닛산은 당초 2024회계연도에 800억엔의 적자를 예상했다.

적자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은 북미와 일본 공장 등 자산 가치를 재검토한 결과 5000억엔의 감손 손실이 발생했고, 인원 감축에 따른 구조조정 비용도 600억엔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85% 감소한 850억엔으로, 종전 예상보다 350억엔 하향 조정됐다. 주력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한 판매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세계 판매 대수는 3% 감소한 335만대로, 기존 계획보다 5만대 줄었다. 매출 역시 12조6000억엔으로 소폭 감소했다.
4월 새로 취임한 이반 에스피노사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생산 관련 자산을 면밀히 점검하고 수정했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재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요시다 다쓰오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대규모 손실 계상에 대해 "과거의 부정적인 유산을 정리하고 개혁에 착수하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날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이 어느 정도 유연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닛산은 혼다와의 경영 통합을 모색해 왔다. 2024년 8월 포괄적 업무 제휴를 맺고, 차량 소프트웨어 및 부품의 공통화를 협의했다. 12월에는 본격적인 경영 통합 협상에 들어갔다. 미쓰비시자동차까지 포함해 세계 3위의 자동차 그룹을 탄생시켜 생존을 도모하려는 구상이었다.
닛산은 합병 회사의 사장을 혼다가 맡는 등 일정 부분 양보했지만, 경영 주도권을 완전히 잃는 자회사화에 크게 반발했다. 결국 지난 2월 협상은 결렬됐고 닛산은 자력 재건의 길을 선택했다.
시장에서는 닛산이 자력으로 회사를 재건하는 데는 여전히 높은 벽이 존재하지만, 이번 감손 손실 반영은 재건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닛산은 이번 실적 전망 발표에서 자동차 사업의 현금 보유액이 1조4980억엔에 달한다며,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닛산은 내달 13일에 2024회계연도 결산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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