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에서 대통령 관저를 어떻게 뚫고 나갈까에 대한 기사와 각종 대담을 내놓고 있다. 보면서 뭔가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다들 ‘대통령’이라는 이름에 취해 있다는 느낌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프랭크야, 왜 뉴욕양키즈가 맨날 이기는지 아니?”
“걔네한테는 강타자 미키맨틀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아니, 상대팀이 양키즈의 줄무늬 유니폼을 보고 기가 죽어버리기 때문이란다.”
딱 이런 느낌이다.
‘대통령’ 그리고 ‘경호처’란 이름에 주눅이 들어서 상황을 상당히 어렵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 이름을 걷어내고 보면, 대통령 경호처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들, 그러니까 관저를 요새화(?!) 했다고 하는 것과 슬쩍슬쩍 보여주는 자동소총들(경호처 전술팀이라는데, 글쎄다)을 보면,
“그래서?”
란 반문이 들었다. 대통령이란 이름을 떼놓고 지금 경호처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농성’의 모습이다. 농성의 핵심은,
“성 밖에서 구원군이 올 것이다.”
란 전제하에서 시작된다. 그렇지 않은 농성은 ‘끝이 보이는 결말’이다. 정치적 타협이 아닌 이상 ‘전술적’ 측면에서 대통령 관저의 농성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자동소총 들고 순찰 도는 경호처 직원들 보면서,
“고슴도치나 복어 같다.”
란 생각을 했다. 잔뜩 몸을 부풀려 상대방에게 이빨을 드러내지만, 결국은 자기가 쫄아서 그런 거다. 만약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떼고, 단순히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해 들어가는 거라면, 거기에 조건 하나 더 붙여서
“인명피해가 크게 없이”
라고 한다면, 아주 간단하다.
“단전, 단수하고 가스도 다 끊어버려. 그리고 아예 포위해서 누구도 출입 못하게 해.”
딱 하루만 지나도 안에서 난리가 날 거다. 그 많은 인원들의 식수와 생활하수들을 어떻게 처리할 건가? 쉽게 가는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다만, 대통령이란 이름 때문에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거다.
대통령 관저가 요새화가 됐다고 말하는데, 이건 요새화가 아니며 그냥 ‘방해물’이다. 만약 이게 요새의 개념으로 적들의 접근을 제한하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경호처의 ‘사격’이 필요하다. 철조망은 단독으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냥 성가실 뿐이다. 철조망은 길을 개척하려는 적들의 행동을 제한해서 방어군에게 ‘표적’을 제공하는 용도이다. 철조망 단독으로는... 그래, 야생동물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정도가 다다.
출처 - 뉴스1(링크)
차량도 마찬가지다. 길을 막을 뿐이다. 바리케이드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뒤에서 포격이 이어져야 한다. 적의 발을 묶고, 고착화 시킨 다음에 화력으로 제거하기 위한 게 바리케이드고 철조망이다. 즉, 우리가 ‘요새화’라고 부르는 관저의 ‘방어태세’는 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쏘거나 화기를 동원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건 그냥... 귀찮은 ‘방해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장애물이란 표현도 쓰기 아깝다).
그럼 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쏜다면? 절대 안 쏜다(우발적인 총격이라면 모르겠지만, 총을 쏘겠다고 작정하고 쏘지는 않는다는 거다). 장담할 수 있다. 만약 진짜 총을 쏜다면, 제대로 시가전을 벌이겠다면 킬존(Kill Zone : 살상지대)을 만들 것이다.
즉, 적의 진입이 예상되는 곳에서 적의 움직임을 최대한 제한하고 아군이 교차사격을 할 수 있게 만들 거다. 그런데, 경호처의 ‘요새화’를 보면, 총을 쏘겠다는 게 아니라 움직임을 제한하겠다는 형태로 방해물을 깔아놓고 있다. 전공투 시절이나 8・90년대 학생운동 시절 교내진입을 막기 위해 얼기설기 물건을 쌓아놓은 느낌이랄까?
그럼 이걸 뚫고 가는 건 쉬운 일일까? 경호처가 화기를 쓰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그리고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들이 ‘평소대로’ 한다면 아주 쉽다. 방법을 한 번 고민해 보았다.
시나리오 1
가장 과격한 방법인데, 이 날씨에 단전, 단수에 가스도 다 끊어버리고 포위를 하는 거다.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물을 끊어버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이 될 거다. 비축분이 있어도 정신적으로 상당히 어려워진다. 다 끊어버리고 기다리는 거다. 뭘? 관저에서 사람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
예전 쌍용자동차 사태 때 경찰이 식량과 식수를 다 끊어버렸을 때 노조원 가족들과 노조 지원 단체들이 물을 전달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하다가 막혔던 적이 있다. 물만 끊어도 압박은 상당하다.
식수를 비롯해 외부 물자를 다 끊어버리고, 특공대를 동원해 진압작전을 펼쳐 주변 건물들을 장악하자 노조 측은 협상 중단 3일 만에 협상을 재개 했다. 이거 다 경찰이 했던 일이다.
‘대통령’이란 타이틀 떼고, 그냥 관저만 점령하고, 수색영장 집행하라고 한다면 이 방법이 피해도 적고 손쉽게 목적을 달성하기에 좋다.
시나리오 2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인정하고, 영장을 집행하겠다면... 남들 보기에 그 ‘요새’ 같아 보이는 방해물들을 넘어서 가야 한다면,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뭐 우선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자.
엊그제인가? 경찰 특공대의 베어캣 장갑차를 도로에서 봤다며, 조만간 경찰특공대가 한남동 관저에 투입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출처 - SBS뉴스(링크)
극단적으로 나가면,
① 관저를 포위한 상태에서 단전, 단수를 한다.
② 기동대가 외곽에서 대기
③ 영장 집행을 위해 광역수사대 형사 투입.
④ 경찰특공대 4~5개 제대 형사대와 동행(도보/ 경찰 특공대 장갑차는 서행접근)
⑤ 경찰특공대 1개 제대는 상공(헬기)에서 관저 진입(혹은 선회)
이거 다 경찰들이 했던 일들이다. 쌍용차 사태 때도 경찰특공대가 투입됐고, 조폭들 진압할 때도 지원 나간 적 있고, 인질극 상황에서 창문 깨고 들어가 범인 제압하고 다 했다. 그 지옥 같았던(?!) 쌍용차 때도 구사대를 다 때려잡았던 게 경찰 특공대다.
(경찰 특공대가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이는데, 이 분들 다 경찰이나 군 특수부대 유경험자들이다. 즉, 민간인들 데려다가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선발된 자원을 다시 데려다가 잘 써먹고 있다는 거다. 민간 테러 사건들은 이 사람들 담당이다)
문제는 이렇게까지 갈수는 없을 거다. 왜? 우리는 ‘대통령’이라는 줄무늬에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최대한 대통령이란 이름과 경호처란 타이틀을 배려해줘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줘야 한다는 거다.
시나리오 3
아무런 생각 없이 정공법으로 관저 진입로를 그대로 진입해 들어간다는 전제하에서 고민해 봤다. 여기에 조건은,
첫째, 대통령을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경찰특공대를 상공에서 투입하는 걸 제외
둘째, 경찰기동대를 전면에 내세워 양으로 밀고 들어가는, 충돌을 유도하는 방식 제외
평범하게, 조폭 체포하듯이 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물론, 조직이 큰 조폭들을 체포할 때 경찰특공대가 지원을 나가는 경우가 있기에 경찰 특공대는 지원 병력으로 주변에 대기 시킨다.
① 1차 저지선: 공관 정문 바리케이드
- 버스 1대와 철문 앞에, 그 뒤에 철문 바리케이드, 그 뒤에 버스들이 도로폭을 제한하듯이 대기하고 있다.
이 1차 바리케이드는 간단하다. 크레인 끌고 와서 버스를 치우면 된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거 같지만, 별 거 없다. 그냥 크레인 끌고 와서 치우면 된다. 만약 정문에서부터 경호처 직원들이 스크럼짜고 나선다면? 간단하다. 형사들이 나서서 영장을 내밀고, 고지를 한다. 그럼에도 반응이 없다? 간단하다. 뒤에 대기중인 기동대와 경찰 특공대에 지원을 말하고, 그냥 앞에 서서, 이제부터 공무집행을 방해한다고 고지한 다음 테이저 건을 쏘면 된다. 그냥 쏘면 된다. 쏘고, 쓰러지면 쓰러진 사람을 기동대가 끌고 나오고 현장에서 수갑 채우면 된다.
200명이 스크럼 짠다는데, 간단하다. 중간중간... 한 5~6명에게 테이저건 쏘면 된다. 자빠지면? 자빠진 놈을 수갑채우고, 현장에서 검거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현장을 지휘하는 지휘자이다. 광수대에서 최소 경정급을 앞에 세우고, 이 인물에게 사전에 ‘보장’을 해줘야 한다.
“너 최소한 총경까지는 내가 책임져 준다.”
혹은,
“네가 이번 검거작전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게 해주겠다.”
란 사인을 확실히 건네야 한다. 이 인물이 앞에서 진두지휘해야 한다. 최소 경정급 이상의 인물이 앞에 서서 테이저건 쏘면서 스크럼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200명이 스크럼 짠다고 하지만, 군데군데 5~6명이 쓰러지면 그 양 옆이 무너진다. 그걸 기동대나 형사들이 수갑 채우고 빼내면, 스크럼... 와해된다.
버티면? 오히려 땡큐다. 기행직 제외하고 경호처 직원 400명 내외다. 1차 방어선에서 경호처 직원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지만, 앞에 있는 인원들에게 테이저 쏘고, 맞고 쓰러진 인원들을 수갑 채우고 현장에서 체포해 버리면, 그 자체로 하나의 ‘사인’이 된다.
② 2차 저지선: 국방부 장관 공관 앞 저지선
언론에서는 이걸 저지선으로 말하는데, 관광버스 몇 대가 도로를 막아선 경우다. 이건 피해서 가도 되고, 만약 경호처 직원들이 나서면? 그것도 땡큐다. 왜? 그냥 직선 도로다. 만약 선으로 막아선다면, 앞에서 했던 것처럼 테이저건 쏘면 된다. 쏘고, 쓰러지면 달려가서 2명이서 잡아 끈 다음에 수갑 채워서 검거하면 된다.
삼단봉까지 갈 필요없다. 삼단봉으로 때리고 자시고 할 뭐가 없다. 그냥 앞에서 스크럼 짜거나 하면, 영장에 대해 설명하고 집행을 방해하면 물리력이 강제된다는 걸 고지하고 테이저건 쏘면 된다. 대통령 경호처라고 쫄지 말고, ‘조폭’ 상대하듯이... 아, 삼단봉은 뽑으면 안되니까 그냥 테이저건 쏘면 된다.
국방부장관 공관 앞도 그냥 도로를 좁히는 것 이상은 없으니까 그냥 지나가다가 만약 경호처 직원들이 스크럼 짜면 테이저건 쏘면 된다.
1월 11일 21:00시 현재
③ 3차 저지선: 비서실장 공관앞
철제 차단봉과 관광버스가 주차 돼 있는데, 별거 아니다. 차단봉은 뽑거나 콘트롤러 확인해서 조작하면 된다. 안되면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삼거리이기에 진지 구축하고 화력을 집중할 수도 있겠지만, 총기를 사용할 게 아니고 그냥 차량으로 바리케이드 쳐 놓은 상태인데, 그냥 크레인 끌고 와서 빼면 된다.
만약 경호처 직원들이 스크럼 짜면, 테이저건 5~6발 쏘면 된다. 쏘고, 쓰러지면 달려가서 쓰러진 인원 수갑채우면 된다. 형사들이 나서서 힘빼고, 소리지를 필요 없다. 스크럼 짜면 테이저 쏘면 된다. 삼단봉 뽑아들고 힘싸움 할 필요 없다. 테이저 쏘고, 쓰러질 거 같으면 형사들이나 기동대들이 달려가 부축하고, 수갑채우면 된다.
④ 4차 저지선: 대통령 관저 앞 철문 및 주차장 바리케이드
도보로 이동한다면, 큰 문제 아니다. 스크럼 짠다면 테이저건 쏘고 쓰러지면 수갑 채우면 된다. 총기를 들고 위협할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뒤에서 지원 나온 경찰특공대에게 맡기면 된다. 경호처가 총기를 사용할 확률이 낮겠지만, 만약 사용한다면 경찰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제외한다면, 고립되고 위험한 게 대통령 경호처쪽이다. 얘들이 총들고 순찰하고 하는 걸 보면서 긴장하는데... 청와대 시절에 101경비단 애들이 청와대 경내를 경비할 때 소총 꺼내들고 했던 거 같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무장공비 등장하고, 전쟁 나기 전에 대통령 호위하는 애들이 소총 꺼내면서 싸늘한 분위기 연출하지는 않는다. 지금 소총 들고 순찰하는 경호처 애들은 그 자체로,
“우리 건들지 마!”
라면서 무력 시위하는 거다. 즉, 그네들도 쫄아서 블러핑하는 거다. 관저 앞에 어지러이 차량 주차하고 철문 닫아 놓은 건,
“오지마! 오지말라니까!”
라고 소리지르는 거다. 차량이야 도보로 이동하는 거라면 지나치면 되는 거지만, 만약 눈에 거슬린다면 크레인 올리거나 베어캣 장갑차가 밀어버리면 그만이다.
철문? 담치기 하거나 열어버리면 된다. 윤형 철조망? 누군가가 모포나 기타 덮을 걸 놓고 극복하겠다고 하는데, 걍 절단기로 끊어버려야 한다. 모포를 덮고 넘어서는 건 군사작전을 하는 거지만, 이번에는 법집행을 하는 거다. 앞에 있는 장애물은 제거하는 것이지, 극복하는 게 아니다. 즉, 장애물이 등장하면 제거해야 한다. 그게 공권력의 힘이다.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고, 경호처가 요새화 됐다며 어려워 하지만... 장애물이란 건 기본적으로 화력을 통해서 적의 발을 묶는 거다. 그런데, 경호처가 총을 쏘겠다는 의지가 없는 상황에선 그냥 ‘귀찮다’이지, 이걸 극복 못할 상황이 아닌 거다. 경호처도 결사항전을 하겠다며 화력을 집중하겠다면, 이런 식으로 장애물을 만들진 않았을 거다. 이건 누가봐도,
“오지마!!”
라고 소리치는 거지,
“들어와 들어와!”
외치며, 킬존으로 끌고 오는 게 아니다. 즉, 이들도 방해를 하겠다는 거지 발을 묶겠다는 게 아니다. 그냥 형사들이 앞에 서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기동대와 경찰특공대 데려와 같이 올라가면... 그뿐이다. 앞에서 스크럼 짜면 번거롭게 삼단봉 뽑고 할 필요 없이, 영장 말하고, 그냥 테이저건 쏘고 쓰러진 놈 수갑 채워 끌고가면 된다. 그렇게 5~6명 잡으면 그 양옆으로 무너지기에 스크럼은 그냥 무력해 진다. 경호처가 총기를 쓰지 않는 이상 방어벽은 무력화 된다. 만약 경호처에서 총 뽑고 난리 치면? <비례의 원칙에 따른 경찰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에 맞춰서 물리력을 행사하면 된다.
출처 - 뉴스1(링크)
1차 집행에서 경호처가 보여준 행보를 보면, 그냥 테이저건 쏘면 어지간한 건 다 해결될 거 같다. 안되면? 같이 따라온 경찰 특공대에 맡기면 된다. 조폭들 체포할 때 출동한 거 같이, 경찰 특공대를 앞에 세우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경찰들이 다 했던 작전들이다. 형사들이 앞에 서고, 경찰특공대가 지원 나가는 경우... 너무 많다. 경찰특공대가 나서서 거점 장악하는 것? 이 역시도 많이 했다. 다 경찰이 했던 일들이다.
했던 걸 다시 해도 경호처는 대응할 수 없을 거다. 왜? 지원 병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관저를 요새화 했다지만, 이건 그냥 방해물이고, 경찰들이 작정하고 덤비면 정말, ‘방해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 남은 건 공수처의 결단이다. 할 수는 있지만, 양키즈의 줄무늬에 눈이 돌아가 주춤거리는 경우이지, 할 수 없는 게 아닌 거다. 그게 지금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