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게시판에 ‘영장 집행 저지 불법’ 글
삭제 지시에 작성자 부서장이 거부하기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경호처와 비서실 참모진들의 대응이 ‘버티기’와 ‘손절’로 갈라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그 주변을 향한 수사 강도가 높아지면서 단일대오 탈락자들이 나오는 셈이다. 특히 경호처 내부가 흔들리면서 윤 대통령의 ‘무법 대응’ 유효 기간도 끝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수사 기관의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전략을 요약하면 ‘떼어내기’로 표현할 수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경호처 간부들을 개별적으로 체포해 경호처 지도부를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 동시에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도 비서실 참모들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며 버티기로 일관하자, 주변부를 공략해 이탈자를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특수단은 전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런 수사 기관의 압박은 참모진들 내부를 온건파와 강경파로 갈라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호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특수단은 지난 10일과 전날에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조사했고, 이진하 경호처 경비안전본부장도 전날 조사했다. 특히 박 전 처장은 경찰의 세 번째 소환 조사 직전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후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경우를 대비해 발을 뺀 모양새다. 반면에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전날 경찰의 소환 조사에 대해 “엄중한 시기에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대통령 경호업무와 관련,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3차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체포영장 집행에도 맞서겠다는 취지다.
전날 경호처 내부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력으로 막는 것은 불법행위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글에는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이 경호법상 ‘경호 대상자에 대한 위해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4 3쪽 분량의 글에는 국가정보원의 구속영장 집행을 방해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된 사례 등도 담겼다. 또 김 차장은 이 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했지만, 게시글 작성자의 부서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결국 전산 담당 직원을 통해 글을 삭제했다. 경호처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저 글이 일부 소수의 의견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호처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취지다.
대통령 비서실 참모들의 분위기도 경호처와 흡사하다. 일부는 윤 대통령 및 국민의힘의 지지율 상승에 고무돼 있다. 버티면 윤 대통령의 복귀까지 가능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면 일부 참모들은 윤 대통령과의 결별을 원하지만 ‘배신자’로 낙인찍힐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 참모들 중에는 이제는 독주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쓸어버리는 게 맞았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면 조사받아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오히려 동조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