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체포·수색 영장 집행이 장기간 지체되면서 국정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내란이라는 중대범죄 피의자 영장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현실 자체가 법치 붕괴이고, 미국 등 국제사회가 상찬한 대한민국의 ‘법치 회복력’도 상처를 입었다. 나라의 근본적 운영 질서가 흔들리는데 민생·경제라고 안정될 리 없다. 윤석열의 관저 농성을 하루라도 빨리 진압·해체하는 것만이 국가적 혼돈을 종식하는 길이다.
윤석열은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석열 측은 12일 “공수처와 경찰이 불법무효인 체포영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계속 집행하려고 시도하고 있어 신변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돼 14일은 출석할 수 없다”고 했다. 공수처가 영장을 집행할까봐 출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체포영장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12·3 내란에 가담한 전현직 군경 수뇌부 9명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됐다. 그런데 정작 우두머리 윤석열은 대통령경호처로 방어막을 치고 영장 집행도 선택하려는 망동을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익은 훼손되고 국격은 끝없이 추락 중이다. 통계청 지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넷째 주 신용카드 사용액이 1년 전보다 1.5% 줄었다. 내란 사태로 연말 특수도 얼어붙은 것이다. 국제적인 3대 신용평가 기관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 시 신용 하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관저를 요새화해 공권력 체포에 맞서고, 공수처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백골단’을 자처하는 세력까지 등장했다. 이 하나하나가 시시각각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한국이 법치가 무너진 무정부 상황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정부는 해법을 고심해왔지만 현행 법률 체계 안에서는 두 기관 간 갈등의 출구를 뚫기 어렵다”고 했다. 두루뭉술하고 비겁한 양비론이다. 법원은 윤석열 체포·수색 영장을 두 차례 발부했고, 법원행정처는 윤석열이 영장 집행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이 문제는 위법과 불법의 경계가 매우 분명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최 대행이 공수처와 경호처 간에 마치 법적으로 다툼 소지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는 윤석열 편을 들고, 공수처는 수사에 손을 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국정을 조기에 안정시켜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 민생·경제 난국을 앞장서 수습해야 할 기획재정부 장관이 할 일인가.
내란 사태가 길게 방치된 데는 영장을 조기에 집행하지 못한 공수처 탓도 크다. 공수처는 이제라도 윤석열 체포·수색 영장을 이른 시일 내 단호하게 집행해야 한다. 수사 당국은 이 나라의 법치 시스템이 살아 있다는 걸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 국격도 경제도 외교도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