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2학년 박철우는 “세계에서 가장 배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꿈꾸며 배구공을 때렸다. 세월이 훌쩍 지나 40대가 된 박철우는 “선수로서 100%을 해야 80%를, 120%를 해내야 100%를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껏 달려왔다. 최고의 선수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지도자로서도 그 이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우는 2023~2024 시즌 뒤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한 시즌을 방송 해설위원으로 보낸 뒤, 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025~2026시즌부터 남자배구 우리카드 코치로 새 출발한다.
박철우는“해설위원으로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그만 두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했다”며 “그렇지만 주변에서 지도자할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지도자로서 커리어를 억지로 시작하는게 아니라는 점에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에서 은퇴한 박철우는 V리그 시대 남자배구의 쌍두마차,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에서 뛰며 거장 사령탑들 아래서 성장했다. 프로 첫 팀 현대캐피탈에서는 이탈리아 리그에서도 명성을 쌓은 김호철 감독(현 IBK기업은행)의 지도를 받았다. 박철우는 “어린 선수였음에도 감독님이 많은 기회를 주셨고 그래서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생소한 선진 배구 스타일과 훈련법, 전력 분석 등 많은 것들을 처음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2010년 삼성화재로 이적 후에는 신치용 감독과 함께 했다. 이듬해 신치용 감독의 딸인 여자 프로농구 선수 신혜인과 결혼하면서 장인과 사위 지간이 됐다. 삼성화재 이적 후 기본기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는 박철우는 “현대캐피탈에서는 아포짓스파이커로서 제한적인 배구를 했다면 삼성화재에서는 한 팀에서 내가 해야할 것들을 배웠다. 기본기에서 파생되는 전략적인 부분, 선수들의 정확한 스타일을 파악했을 때 활용도가 얼마나 커지는지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진천 선수촌장을 거쳐 현재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신치용 전 감독은 박철우에게 ‘등대’ 같은 존재다. 박철우는 “(코치 제의를 받고) 고민하는 동안 장인어른과 자주 통화하면서 많이 여쭤 봤다. 대답을 해주시기 보다 함께 고민해주시는 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정하기 앞서 완전히 새로운 팀에서 코치를 하는 거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지금도 배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해설위원 경험으로도 한 뼘 더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로는 내가 하는 퍼포먼스, 컨디션, 팀워크에 집중했다면 코트 밖에서 ‘숫자’로 보는 배구에 대한 묘미도 느꼈다. 어떤 상황에서 감독의 마인드, 선수들의 생각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었고 선수 때 보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코치로서 우리카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프랑스와 이란 배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브라질 출신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으로부터 또 새로운 배구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었다.
박철우는 이달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외국인 선발 트라이아웃 행사에 동행하며 코치 업무를 시작했다. 스타 플레이어의 타이틀을 내려 놓고 선수들과 어우러지는 것이 첫 과제다. “지도자로서 ‘내가 이 선수들을 어떻게 만들 수 있다’는 오만함을 가장 경계 한다”는 박철우는 “감독님과 구단이 나가려는 방향을 잘 따르면서 선수들에겐 형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리카드는 아직 V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박철우의 근성과 우승 DNA가 필요하다. 박철우는 “내 경험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선수들이 가장 갈증내는 부분과 타이밍을 아는게 중요한 것 같다. 선수들을 잘 관찰하고 호흡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성도 있는 전략 속에 승리의 에너지를 주고 그래서 우리 선수들의 잠재력이 폭발하게 도움을 주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늘 공부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