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1.21 08:55 수정 2025.01.21 08:5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과감한 애정신 선보인 '별들에게 물어봐'
지나친 '자극성'으로 비판 받는 티빙 고수위 로맨스 사극들
피 튀기는 잔인함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범죄 스릴러가 잠시 시들해지자, 로맨스 드라마들이 애정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애정신으로 물음표를 유발하는가 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위로 논란을 야기하는 작품들까지. 로맨스 드라마들이 아슬아슬해지고 있다.
지난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첫 주부터 두 커플의 수위 높은 베드신으로 화제몰이를 했다. 공룡(이민호 분), 최고은(한지은 분) 커플과 이브(공효진 분), 박동아(김주헌 분) 커플의 애정신을 통해 이들의 관계를 단번에 드러내는 한편, 앞으로 펼쳐질 ‘어른들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수위가 다소 높았다는 반응과 함께 이후 반복적으로 정자와 난자 실험이 등장하고, 이 과정에서 ‘교미’, ‘섹스’ 등의 단어가 남발되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우주까지 나가서 기껏 ‘교미’에만 집중한다’며 ‘별들에게 물어봐’의 일차원적인 전개에 대한 불만도 속출했다.
앞서는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다소 수위 높은 베드신으로 엔딩이 이뤄졌는데,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적절했다’는 반응과 함께 드라마 분위기상 ‘뜬금없었다’는 반응도 함께 이어졌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로맨스 드라마는 TV 드라마보다 한층 ‘과감한’ 표현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티빙 '우씨왕후'에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했는데, 이를 두고 ‘불필요한 노출’이라며 비판이 쏟아진 것. 현재 공개 중인 tvN·티빙 공동 제작 ‘원경’의 경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공개 중인 티빙 버전의 노출이 ‘지나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우씨왕후’와 ‘원경’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제작한 퓨전 사극으로 액션 또는 로맨스를 가미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과 다른’ 재미를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전개상 불필요한 노출에 ‘변주’의 방점이 찍힌 것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작품을 향한 호평이 채 빛을 보기도 전에 ‘논란’으로 점철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우씨왕후’는 300억 대작을 투입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던 ‘우씨왕후’의 일대기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는 평을 받았으며, ‘원경’ 또한 주인공 차주영의 안정적인 사극톤을 바탕으로 이방원(이현욱 분)과 원경의 ‘부부 관계’에 집중한 전개가 흥미롭다는 긍정적인 평을 끌어냈지만 ‘선 넘은’ 방식이 되려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맨스 드라마 또한 시청자들이 다양한 표현을 수용 중인 ‘요즘’ 환경에서 여러 시도들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의 비난 대상이 된 ‘우씨왕후’, ‘원경’ 모두 청소년 관람 불가 버전으로 공개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옹호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엔 시청자들이 이해할 법한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필수다. 앞서 지나치게 잔혹한 복수 장면을 담아 빈축을 산 SBS ‘지옥에서 온 판사’를 비롯해 일부 범죄 드라마들이 표현 수위를 높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었던 것.
여기에 로맨스 드라마의 경우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도 한다. 최근 ‘원경’ 제작진이 AI와 대역까지 활용해 수위를 높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배우들이 19금 마케팅에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이어졌었다.
화제성을 높이거나 시청을 유도하는 데는 ‘자극적인’ 표현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시청자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면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부 ‘선 넘은’ 콘텐츠들이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