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5' 현장에서 ADC(항체-약물접합체) 중심 CDMO(위탁개발생산) 전략을 구체화했다.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퍼시피코 요코하마 행사장에서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미국 시러큐스와 한국 송도 캠퍼스를 축으로 한 회사 전략을 설명했다.
박제임스 대표는 생산 포트폴리오와 차세대 ADC 대응 역량, 그리고 일본 시장을 겨냥한 장기 파트너십 구상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이번 참여는 미국과 한국 송도를 양 축으로 하는 듀얼 허브를 기반으로 ADC 플랫폼 등을 모두 아우르는 글로벌 CDMO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밝혔다.
지난 9일 기준 부스 방문객은 400여 명에 달했고, 사전 파트너링 외에도 현장 미팅이 수십 건 이어졌다는 게 롯데바이오로직스(이하 롯데바이오) 측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일본 시장 내 사업 개발 방식과 관련해 "롯데홀딩스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대형 제약회사와 많은 미팅을 하고 있다"면서도 "일본 문화는 단번에 수주를 따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신뢰감을 얻어야 하고 시간이 좀 걸린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표는 바이오재팬 현장에서 발표가 예정된 세미나 관련 내용에 대해 미리 언급했다. 박 대표는 10일 세미나에서 '제약 산업의 미래 재정의: Next-Gen ADC를 위한 CDMO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다. 발표 요지는 산업 환경을 바꾸는 핵심 축인 지정학적 요소, 자금조달, 첨단 모달리티의 부상 등이다.
미국의 생물보안 규제 강화와 리쇼어링 요구로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가 CDMO의 필수 요건으로 부상했고, 바이오텍의 자금 경색 속에 초기 단계부터 신뢰 가능한 CDMO와의 협업이 생존 조건이 됐다. 기술 면에선 이중특이성, 듀얼 페이로드, AOC(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결합체) 등 복잡성이 높은 차세대 ADC 플랫폼이 확산 중이며, 이에 상응하는 전문화 투자가 요구된다는 진단이다.
박 대표는 발표 내용과 관련해 "CDMO 쪽에 지금 차세대 모달리티를 비롯한 도전과제가 많다"라고 말하며 "어떻게 롯데바이오가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해 과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회사는 이를 뒷받침할 차별화로 듀얼 사이트의 지정학적 안전망, 규제기관 62건 이상의 승인 경험, 평균 15년 이상의 핵심 인력, 그리고 항체부터 ADC까지 단일 캠퍼스에서 제공하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시했다.
롯데바이오의 생산 인프라는 미국 시러큐스와 한국 송도로 양분된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4만 리터 규모로 임상 3상과 런칭 수요에 맞춘 캐파(생산능력)를 내세운다. 올해 6월부터 ADC 라인의 GMP 작동이 개시된 상황이다.
현장에 함께 한 전지원 롯데바이오 전략기획부문장은 시러큐스 부지 내 확장 여력에 대해 "전체 부지에 공장 건물이 들어가 있는 곳은 30%도 안 된다"면서 "DS나 DP 쪽으로 할 수 있느냐 이런 논의를 하고 있고, 다양한 각도로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 제1공장'은 2027년부터 12만 리터 규모의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며, 고역가 의약품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유연성과 일정 최적화를 도모한다. 회사는 시러큐스의 품질 시스템을 송도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실시간 온라인 모니터링 기반의 디지털 전환으로 기술이전과 규모 확장 가시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추가 수주와 관련해 ADC와 항체 쪽 계약을 타진 중이라며 "MOU는 맺었는데, 조심스럽게 올해 말까지는 계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펩타이드 영역은 "들어가기엔 조금 늦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바이오 측은 CDMO 세일즈 사이클이 1년 반에서 길게는 2년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가능한 한 최대한 빠른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 운영 측면에선 시러큐스 법인장의 교체 등 'CDMO 마인드셋'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회사가 변화했는데 아직도 일하는 방식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껴 CDMO에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모셔왔다"라고 말했다. 교체된 법인장은 최근 진행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의 시러큐스 현장 점검 때 신 회장과 만나 발표 등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시러큐스 현장 점검에서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며 "캠퍼스 안에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으며 힘을 싣고 있다.
박 대표는 실적에 대해서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분위기는 수주에 따라서 틀린 것"이라도 답했고, 회사 관계자는 "아직은 시러큐스 공장 밖에 없는 만큼 송도 공장이 가동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추가 수익이 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재팬의 후속 일정으로 10월 말 'CPHI Worldwide'와 11월 'World ADC'에 참석해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