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일본 제약·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계약을 맺고 있다. 항체의약품,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CDO)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계약을 따내고 있다. 회사 측은 새로운 위탁생산(CMO) 브랜드 ‘엑설런스(Exellens)’도 선보이고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오가노이드(인공장기) 등 신기술 기반의 모달리티로 분야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최대 제약·바이오산업 행사인 ‘바이오 재팬 2025’에 참가해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제약·바이오 톱10 기업 중 4곳과 이미 계약을 맺었고, 한 곳과는 추가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2년 연속 바이오 재팬에 대규모 부스를 열어 참가하며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검증된 CDMO 경쟁력을 기반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일본은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약품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일본 CDMO 시장 규모는 2023년 123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6.8%씩 성장해 195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는 일본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공략하기 위해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림 대표는 “일본 기업들은 품질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제조 승인 기록을 쌓는 게 중요하다”며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에만 12건의 승인을 받는 등 총 18건의 제조 승인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가 글로벌 규제기관들로부터 받은 제조 승인 건수는 현재까지 391건에 달한다. 최근 1년 동안에만 91건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는 올해 바이오 재팬 2025에서 새로운 위탁생산(CMO) 브랜드 엑설런스도 공개했다. 글로벌 CDMO 선도 기업으로서 이미지 강화를 위해 3년 전부터 시행해 온 전략을 엑설런스란 브랜드로 구체화한 것이다. 림 대표는 “동등성과 속도를 핵심 가치로 고객에게 일관된 품질의 의약품을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생산체계가 엑설런스의 의미”라며 “ADC, AAV, 오가노이드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모달리티를 다양화 해 고객의 어떤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림 대표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이슈가 불거졌던 3~4년 전에 비해 현재는 미국에 생산설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며 “불확실성이 굉장히 커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계속 보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관세 문제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탓에 제약사를 고객으로 둔 입장에서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 현지 생산시설 구축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삼성바이오가 이제는 현지 진출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의약품 관세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생산지역을 한국으로만 국한할 경우 고객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 구축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단순 생산설비 구축 비용 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 전반적인 생산비용이 국내 보다 높다. 림 대표 역시 “2~3년 전에 미국에서의 생산비용이 한국 보다 훨씬 높았는데, 그 이후의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지금은 그 이상일 것”이라며 “공정 면에서 현지에서 어떻게 생산하면 저렴하게 할 수 있을지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림 대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용절감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AI를 활용하면 공정을 더 단순화해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밸류 업의 계기라고 본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퍼포먼스도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 방안은 당국의 승인을 마쳤으며, 이달 17일 주주총회를 거쳐 상장폐지 후 다음달 24일 재상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