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신사업 투자와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적인 건축·토목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SMR(소형모듈원자로)·모듈러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선점하고 업황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원자력 설계 분야에서 국제 공인 인증을 취득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기계학회(ASME)로부터 'ASME-N(원자력 배관시스템 설계)' 인증을 신규 취득했다. 이는 원자력 기기 설치 인증서(ASME-NA), 원자력 부품 제작 인증서(ASME-NPT)에 이어 설계 분야까지 확대된 것으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드물게 원자력 설계·제작·설치 전 과정에서 국제 품질 인증을 확보한 사례다.
ASME 인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엄격한 품질 제도이며, 국제 원전 수주에서 필수적인 자격 요건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이번 인증을 계기로 SMR 시장에서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원자력 시장 참여 교두보를 마련했다.
삼성물산은 이미 울진 5·6호기, UAE 바라카 원전, 새울 3·4호기 등 국내외 원전 건설 경험을 통해 세계적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현재 루마니아 SMR 기본설계(FEED)를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들과 공동 수행하고 있다.
구원석 삼성물산 원전사업본부장은 "ASME-N 인증은 삼성물산이 SMR 밸류체인 확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기반"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SMR 시장에서 기술 신뢰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도 국내 최초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기지를 준공하며 수소·친환경 신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준공한 기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기지 구축사업' 공모를 통해 선정됐으며 5000여㎡ 부지에 수전해 기술을 적용해 수소 생산·저장·공급이 가능한 설비를 갖췄다.
현대건설은 총괄 설계와 기자재 구매, 시공을 담당했으며 연말 시운전을 거쳐 2026년부터 하루 1톤 이상 수소를 생산해 지역 내 수소 연구시설과 충전소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그린 수소'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으며 부안군의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활용해 생산된다.
수소 생산기지 준공에 이어 '부안 수소도시 조성사업' 마스터플랜과 세부시설 계획 수립 용역도 수행하며 전북·부안 지역의 친환경 에너지 자립 도시 구축에 선도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이 밖에도 고온수전해 실증, 대용량 PEM 수전해 개발, 울진 수소도시 마스터플랜, 원전연계 청정수소 실증 등 다양한 수소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고, 해상풍력·태양광·CCUS·바이오가스·SMR 등 신에너지 기술 확보를 통해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에서의 선도적 입지를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의 신사업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기존 기반 사업에서 확장 가능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차별화해 추진할 방침이다.
GS건설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모듈러 주택 공장을 경상북도 포항에 완공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모듈러 건축은 공장에서 건축 부재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 단축과 품질 관리,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뛰어나 차세대 친환경 주거 솔루션으로 주목받는다.
자체 브랜드 '자이 모듈러'를 통해 도심형 주거, 리조트, 공공임대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해외 진출도 모색 중이다. 북미·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모듈러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 선점이 향후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 관계자는 "건설업의 기본에 집중해 내실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의 기틀을 마련해 갈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변화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불확실한 국내 주택시장을 보완하고 미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분양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대형 건설사들의 투자가 향후 실적과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