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주인공’을 꿈꾼다.
정관장은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2(25-20 24-26 36-34 22-25 15-12)로 꺾었다.
2패 뒤 2승을 거둔 정관장은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승리하면 우승한다.
사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관심은 흥국생명 김연경에게 쏠려 있다. 김연경이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우승컵을 안고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지가 최대 화제다. 정관장은 그 꿈을 방해하는 ‘악역’이 될 수밖에 없다.
챔프 4차전 승리하며 흥국생명과 승부 원점
“김연경 방해하는 악역? 우리가 드라마 쓸래”
13년 만에 4번째 우승 대시
그러나 정관장 역시 우승을 향한 갈증이 깊다. 가장 최근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2011~2012시즌이었다. 13년만이자 통합 4번째 우승을 노린다.
그 열망이 코트에서 드러났다. 홈구장에서 상대 팀이 축포를 터뜨리지는 못하게 하고자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메가가 38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부키리치가 28득점, 정호영이 13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주전 세터 염혜선의 활약이 돋보였다. 서브 3득점 포함 7득점을 하며 팀의 공격을 뒷받침했다. 염혜선은 무릎 부상으로 진통제를 맞아가며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고 있다.
승리 후 염혜선은 “대전에서 (흥국생명이) 축포를 터뜨리지 않게 돼 너무 기분 좋다. 이제 다시 동등한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선수단 마음도 다 같다. 염혜선은 “우리끼리 암묵적으로 상대가 여기서 축포를 터뜨리지 못하게 하자고 생각했다”라면서 “물론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 후회없이 하자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보면 더 좋은 결과가 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보였고 결과로 보여줬다”라고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염혜선은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역이 악역으로 끝나지 않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드라마를 쓰겠다”라고 했다.
미들블로커 정호영도 “우승의 주인공을 정해놓고 하는 싸움이 아니라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우리가 모두 아픈데 참고 뛰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동기부여도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무릎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도 전력을 다해 뛰고 있는 메가 역시 간절하다. 그는 “견디고 또 견뎌서 다음 경기 끝날 때까지 견뎌볼 예정”이라고 했다.
정관장은 이제 프로배구 사상 딱 한 번뿐이었던 대기록에 도전한다. 남·녀부를 통틀어서 챔피언결정전 ‘리버스 스윕’은 2022~2023시즌 흥국생명에 2패 뒤 3연승으로 우승한 한국도로공사가 유일하게 갖고 있다.
정관장에 기회가 왔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모두가 박수칠 수 있는 그런 경기를 준비해보겠다”고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