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리의서재 경쟁사들도 반신반의하겠지만, 마음속으론 굉장히 걱정(견제)도 하고 있지 않을까?“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하는 밀리의서재가 웹툰·웹소설 시장에 뛰어든다. 기존 밀리의서재 앱 안에 6월부터는 웹소설을, 9월부턴 웹툰을 포함키로 했다. 3년 내 매출을 두 배로 키운다는 목표를 잡았는데, 그 계획을 이끌 킬러 콘텐츠로 웹툰·웹소설을 낙점했다.
박현진 kt밀리의서재(이하 밀리)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2025년 사업 로드맵’ 발표,올 하반기 웹툰 ·웹소설 구독 서비스 ‘밀리 스토리’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부적으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일반 도서만 보던 고객에 미약하나마 스토리 분야 콘텐츠(웹툰·웹소설)를 시범 서비스했더니 이용자의 서비스 구독 기간이 최소 10% 이상 늘었다”고 말하면서, 새 상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동안 웹툰·웹소설은 모든 출판·도서유통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침체하는 출판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웹툰 ·웹소설에 시장의 돈이 몰렸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잘한다는 플랫폼도 국내에선 웹툰 ·웹소설 시장이 포화됐다고 보고 있다.
밀리의 웹툰·웹소설 시장 진출이 다소 늦은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밀리는 낙관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기존 플랫폼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첫번째, 맨땅에 헤딩은 아니다. 밀리는 웹툰·웹소설을 위해 따로 플랫폼을 파지 않는다. 기존의 밀리 앱 안에서 구독자들이 ‘추가로’ 웹툰·웹소설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연말 기준, 밀리의서재 누적 구독자 수는 900만명이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개선된 725억원이다. 물론, KT의 통신 요금 서비스와 결합한 효과를 봤다. 따라서, 처음부터 구독자 한명한명을 모으기 위한 노력을 밀리는 좀 덜 해도 된다.
박현진 대표는 “새로운 진입자가 웹툰·웹소설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어렵지만, 밀리 같이 일반 고객에 대한 풀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웹툰·웹소설로) 사업을 확장한다고 하면, 어느 사업자보다 훨씬 더 가능성을 높이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둘째, 이미 돈을 내고 있는 ‘구독 서비스’ 이용자들은 크게 부담 없이 밀리가 제공하는 웹툰·웹소설에 접근할 수 있다. 플랫폼 내에 웹툰·웹소설이 생겼다고 해도 단건으로 돈을 내야 한다면 굳이 밀리에서 웹툰을 볼 필요가 적어진다. 중요한 것은 구독료의 변동인데, 아직 웹툰·웹소설이 포함된 밀리 구독 서비스의 가격이 나오진 않았다. 다만, 박현진 대표는 “기존 구독자의 혜택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밀리는 웹툰·웹소설을 구독에 추가하는 것이 ‘집토끼’를 지키는 좋은 방법이라고도 판단했다. 플랫폼이 신규 독자를 추가 모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구독자들이 더 오래 매월 결제하도록 하는 당근도 지속 제공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일반도서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웹툰·웹소설이 될 수 있다. 밀리는 콘텐츠 수급 강화와 IT 인프라 고도화 등에 매년 200억원씩, 향후 3년 간 전략적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종량제로 할지, 특정 장르의 카테고리 킬러로 갈지 고민했으나 결국 ‘구독’ 모델이 이용자가 앱을 사용하는 사이클이 훨씬 더 길게 갈 수 있다고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셋째, 사실은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KT 그룹과의 시너지다. 모회사가 KT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IP 밸류체인의 한 몫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IP를 그룹 차원에서 영상화할 웹툰과 웹소설IP 자원을 미리 확보하는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밀리는 지난달 공식 사명을 ‘kt밀리의서재’로 바꾸면서 그룹 내 연계성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같은 흐름이다.
게다가 ‘영상화’라는 카드는, ‘구독 서비스’에 대한 작가들의 거부감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다. 구독은 양날의 칼이다. 독자에게 비용을 아끼는 카드가 된다면, 작가에겐 수익이 줄어드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통상 구독제는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 건수나 이용 시간에 비례해 구독료를 나눠 갖는 구조가 된다. 단건 구매에 비해 작가 한 명 한 명에 당장 가는 돈은 줄어들 수 있단 뜻이다. 작가들을 설득하려면 충분한 미래 가치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밀리는 이것이 ‘영상화’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밀리의 서재에서 생산할 오리지널 IP를 바탕으로 드라마화, 영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OST가 만들어지는 사이클을 반드시 돌려 시장에 선보이겠다”면서 “영상화와 관련해서도 그룹 내 여러 관계사와 과감하게 함께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콘텐츠 소비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만큼,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작품이 더 오래 읽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도 설명했다. 밀리에서 신사업을 맡고 있는 이명우 스토리사업본부장은 “베스트셀러의 경우 (많이 읽히는)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길게 콘텐츠를) 소비해주기를 원하는 작가와 출판사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밀리는 이달부터 오프라인으로 밀리의서재 카페 ‘밀리 플레이스’도 연다. 카페, 미술관, 복합문화공간 등 일상 속 공간과 책의 연결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잇는 공간으로도 운영한다. 일단 마흔곳으로 시작해 연말까지 100개로 지점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현진 대표는 “2025년은 독서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춘 서비스 확장과 사용자 접점 강화를 통해 콘텐츠 소비 확대, 실사용자 증대 등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서 2027년까지 작년 매출의 2배인 1500억원으로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