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며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기…초음속의 '오아시스'

2025-10-08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즉, 화내며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기.

원수보다 서로를 더 적대하던 노엘·리엄 갤러거 형제가 다시 뭉친 브릿팝의 전설 '오아시스(Oasis)'의 현재 상황에 이 노래만큼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오아시스 팬들이 16년 간 참아왔던 함성을 초음속(supersonic)으로 내지르는 중이다. 최근 재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소닉'(2016)은 199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중장년에겐 오아시스에 대한 향수를 전하고, Z세대에겐 전설의 원형질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슈퍼소닉'은 오아시스의 데뷔 싱글 제목이기도 하다. 이 다큐는 특히 1996년 8월 영국 콘서트계 '꿈의 무대'로 통하는 하트퍼드셔 주 넵워스 하우스에서 하루 12만5000명씩 이틀 간 공연해 25만명을 끌어모으며 팀의 정점을 찍기까지 과정을 그린다. 당시 영국 인구의 5%인 285만 명이 티켓 예매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 영화 '오아시스: 넵워스 1996'(2021)도 이 공연 장면을 담았다.

하지만 넵워스 공연 이후 갤러거 형제 사이의 곪아가는 감정이 팀 내 긴장감을 조성했다. 2000년 바르셀로나 공연 백스테이지에서 두 사람은 물리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후 관계를 회복한 듯 보였으나, 내분은 2009년 8월28일 파리 근교의 록 엉 센(Rock en Seine) 뮤직 페스티벌의 공연을 취소하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노엘은 당시 성명에서 "전 리엄과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오아시스가 해체한 지 약 5년이 지난 2014년 노엘은 오랜 친구인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먼 핼폰의 집을 찾았다. 그는 친구에게 넵워스 공연 20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며, 제작을 제안했다. 고비는 오아시스의 프런트맨 리엄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리엄은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빌런이냐"고 질문했다. 핼폰은 영화에서 두 형제의 관계와 그들이 일으킨 사회현상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에 동의한 맷 화이트크로스 감독이 영화 '슈퍼소닉'을 오랜 팬들도, 오아시스를 막 접하기 시작한 젊은 세대도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빚어냈다. 그런데 이를 위해 촬영된 인터뷰는 30시간이 넘었다. 2시간 남짓한 영화에 담기에는 방대했다.

이후 핼폰은 이 기록을 다시 살펴보고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노엘, 리엄의 까다로운 확인 과정을 거쳐 나온 '슈퍼소닉: 오아시스 공식 인터뷰집'(오아시스 지음·김하림 옮김·다산책방 펴냄)이 그것이다.

영화의 여운을 확장한 '슈퍼소닉'은 노엘이 리엄 밴드에 합류한 날부터 성공의 정점이었던 넵워스 공연에 이르기까지 첫 5년 동안의 경이로운 여정을 오아시스와 주변 인물들의 입으로 전한다.

약 25만 자에 가까운 분량의 한국어판엔 비속어, 욕설과 그 뉘앙스까지 번역해 실었다. 노엘과 리엄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미묘한 경쟁심과 숨길 수 없는 애증을 읽어낼 수도 있다. 오아시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상반된 성격을 가진 노엘과 리엄의 관계였다. 리엄은 노엘의 작곡 능력을, 노엘은 리엄의 무대 위 리더십과 신체 조건을 서로 부러워했다. 이런 질투심이 다른 밴드들과 다른 긴장감을 형성해냈고 그것이 팀의 추동력이 됐다.

전성기 시절에도 끊임없이 부딪히던 두 형제는 해체 15년 만인 2024년 8월 돌연 재결합을 발표했고 해체 16년 만인 지난 7월부터 영국 카디프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진행하며 건재를 과시 중이다.

버밍엄 시립대학교의 분석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이번 투어 티켓·굿즈 판매로 4억 파운드(약 7439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아시스는 11월까지 영국과 아일랜드, 북미, 오세아니아, 남미를 아우르며 41회 공연한다. 티켓은 약 138만장을 팔아치웠다. 이 중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과 로스앤젤레스(LA) 로즈 볼 스타디움 공연은 각각 9만석 규모다.

오아시스는 이번 투어로 한국도 다시 찾는다. 오는 21일 오후 8시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팬들과 재회한다.

오아시스는 2006년 전석 매진을 기록한 첫 내한공연에 이어 2009년에는 단독 공연과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한 해에만 두 번 한국을 찾았다. 당시 투어에서 좀처럼 선보이지 않았던 '리브 포에버'를 특별히 연주할 만큼 한국 공연과 팬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이번이 16년 만의 내한이다.

특히 노엘 갤러거는 자신의 밴드 하이 플라잉 버드(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무대로 수차례 한국을 찾았다. 공연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되고 추가 공연까지 진행된 것은 물론 계속해서 공연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공연엔 10대와 20대 관객이 70% 이상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리엄은 2011년 밴드 '비디 아이', 2017년 솔로 등으로 내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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