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간 살처분 작업에 3만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됐지만 사후 심리치료 및 상담 실적은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처우로 가축방역관 등 방역 인력 이탈도 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농식품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가축 살처분·매몰지는 총 183개소였다. 같은 기간 살처분·매몰 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3만5187명이었다.
농식품부는 살처분 가축 소유자와 가족, 가축방역관·가축방역사 및 살처분이나 사체 처리에 참여한 인력 등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방역·살처분 인력에 대한 사후 심리치료 및 상담은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단 1건만 진행됐다. 2021년 전남 영암군에서 가축방역관 1명에게 국비로 56만9000원을 지급한 게 전부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과거 가축 살처분 과정에 참여했던 인력에 대해 우울이나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한다며 트라우마 등 심리치료 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실태조사 참가자 76%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판정 기준을 넘겼다. 농식품부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심리치료 신청 제한기간 폐지 등 제도 개선을 했지만 실제 방역 현장에선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심리치료 및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홍보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의 연간 심층 치료비 지원사업 예산은 2000만원에 불과하고, 정책 홍보에 배정된 예산은 따로 없다. 이주노동자가 많이 투입되는 방역 현장 특성상 정부·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없으면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2017년 조류인플루엔자 살처분 참여 인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비중은 29%에 달했다.
방역 인력의 근로여건도 열악하다. 방역 인력의 안전 사고·부상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2건이었다. 방역 인력은 공무원인 가축방역관(수의직공무원·공중방역수의사), 가축방역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공중방역수의사는 지자체에 따라 보험 운영 여부가 달라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방역 현장사무소 43곳 중 여성 노동자 탈의실 및 샤워실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19곳에 달했다.
방역 인력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가축방역관은 2020년 975명에서 지난해 762명으로 약 22% 감소했다. 공중방역수의사도 2020년 334명에서 지난해 276명으로 줄었다. 농식품부는 7급으로 임용되는 수의직 공무원이 일반 수의사보다 처우가 낮아 수의사들의 퇴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어 의원은 “가축감염병이 한 번 발병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예방과 방역이 중요하지만 정작 이를 책임질 가축방역관은 낮은 처우, 안전 사고, 심리적 트라우마 등으로 줄퇴사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