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정폭력사범, 단 1%만 구속 기소···피해자 마음 꺾는 ‘반의사불벌’ 조항

2025-10-03

가정폭력 사범 가운데 구속 기소되는 비율이 1%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구속 기소까지 합쳐도 정식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3%대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보복 범죄를 키운다는 지적이 수십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국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가정폭력사범 처분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검사의 처분이 내려진 가정폭력 사건 3만4305건 중 구속 기소가 된 경우는 366건(1.1%)에 그쳤다. 불구속 기소(957건)를 포함해도 정식 재판에 넘겨진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이는 2021년 3.6%, 2022년 3.7%, 2023년 4.1%, 2024년 4.6%로 최근 5년간 큰 변동이 없었다. 약식 기소까지 포함한 비율도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반면 기소유예나 무혐의 등 불기소 처분은 늘고 있다. 전체 처분 건수 대비 불기소 비율은 2021년 42.7%에서 2022년 43.4%, 2023년 44.1%, 2024년 45.7%, 2025년 48.7%로 꾸준히 상승했다. 여기에 가정보호사건 송치 등 ‘기타’ 처분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90% 수준에 달한다. 가정폭력 사범 10명 중 9명은 형사 처벌을 피한 것이다.

낮은 기소율의 배경에는 ‘반의사불벌죄’가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수사 검사가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피해자가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 생계에 대한 어려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처벌을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인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처벌법은 입법 취지 자체가 가정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며 “법을 집행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기소가 오히려 가정을 깨는 일로 비칠 수 있어 상담과 기소 유예를 유도하는 식으로 흐르기 쉽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정폭력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이 높은 재범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반의사불벌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경찰이 분리조치를 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평 가정폭력 살인’, ‘동탄 납치 살인’, ‘대구 스토킹 살인’ 등 최근 벌어진 가정폭력 사건들은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다 피해자에게 보복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국회는 법 개정 논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가정폭력 사망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되곤 하지만 실제 논의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22대 국회 들어 22건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 중 6건이 반의사불벌죄나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조항 폐지를 담고 있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은 법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김한규 의원은 “구약식이나 불기소 처분 비율이 현격히 높다는 것은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는 우려를 낳는다”며 “반의사불벌 조항으로 인해 실제 공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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