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 당국의 '헛다리' 혁신

2025-02-06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 개인 간 신용카드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제도 개선안을 담았다. 부동산 월세를 납부하거나 중고 거래 시 카드를 활용하면 카드사는 새로운 결제 수요를 찾고 소비자도 카드 포인트를 쌓아 일석이조인 ‘혁신 방안’이라는 강조도 곁들였다.

그러나 카드 업계의 반응은 금융 당국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냉담한 반응도 상당수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개인 간 카드 거래는) 규제 때문에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유는 개인끼리 카드를 사용하는 데 따르는 구조적 불편함이다. 월세 카드 납부의 경우 임차인은 반드시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월세를 내준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대 소득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 사용으로 얻는 편익은 임차인에 클 수 있지만 임대인이 그 편의를 위해 개인정보를 부담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카드 결제로 발생하는 약 1%의 수수료를 누가 내야 하는지도 문제다. 현 제도에 따르면 수수료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의해 부담하게 돼 있다. ‘OO페이’ 등 결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카드로 월세를 지불할 수 있다. 임차인이 대행 업체에 카드로 월세를 결제하면 업체가 대신 집주인에게 임차인 명의로 임차료 및 관리비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수수료는 최대 9%대로 확 불어난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선뜻 내겠다고 나설 금액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임대인의 동의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수수료 부담 문제까지 있어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최근 한 대형 카드사는 월세 카드납 사업을 정리할 정도로 이미 시장에서 성장성이 없다고 검증한 모델을 뒤늦게 혁신으로 발표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사정은 외면한 탁상공론을 혁신으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서비스를 혁신으로 포장하는 것이 스스로 주장하는 ‘과감한 혁신으로 금융 산업의 영토를 넓히겠다’는 포부에 부합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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