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과 리더십 vs 비호감도와 사법리스크 - SWOT 분석으로 본 가능성과 도전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사태 반사이익?
‘우클릭 행보’와 기본사회 공약 엇박자?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의 삶, 우리 서민들의 삶과 이재명의 참혹한 삶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힘겹게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20대 대선을 한달여 앞둔 2022년 1월22일,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시장 연단에 오른 이 후보는 연설 내내 눈물을 쏟았다. 그는 자신의 삶이 ‘참혹한 삶’이라고 했다. 상대원시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청소노동자로 일했고, 어머니가 공중화장실 문 앞을 지키며 사용료를 받았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어머니가 화장실로 출근하기 전, 자신의 손을 잡고 공장에 바래다주었다고도 했다.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이 후보는 초등학교 졸업 후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소년공’으로 일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0년에는 성남시장에 당선됐고, 경기도지사를 거쳐, 2022년 1월 대선 후보로 상대원시장을 찾았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이 골목에서 아버지의 그 더러운 리어카를 뒤에서 밀면서, 새벽마다 이 통로를 통해서 학교 가는 여학생들을 피해서 제가 저 구석으로 숨었습니다”라고, “과일 가게에서 버린 과일들을 냉장고도 없고, 놔두면 썩으니까 밤에 아버지가 주워서 가져오면 우리 식구들이 밤에 다 모여서 한꺼번에 배가 터지게 먹어 치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어린이들에게 과일을 주는 사업을 한 이유도 냉장고에 과일 넣어놓고 먹고 싶을 때 꺼내 먹는 그게 제 꿈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라고, “저는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최소한 교복 한 벌은 해주자’ 부모가 돈이 없어서 교복 살 돈이 없어서 선배들이 입던 교복 물려 입는 그 아픈 심정을 제가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무상교복 시작했습니다”라고 울부짖었다.
이재명의 참혹한 삶의 여정은 2022년 3월 ‘별의 순간’을 맞았지만, 그 ‘순간’을 바로 잡지는 못했다. 0.73%포인트, 24만 7000여 표 차이. 역대 한국 대선에서 가장 적은 표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그리고 다시 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2025년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이재명은 과거 여의도·엘리트 정치인과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outsider)’, 거침없는 화법으로 저돌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언더독(underdog)’이 아닌 민주당 내 압도적 계파인 친명(친이재명)계의 수장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만에 연임 당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사이더(insider)’이자 ‘톱독(top dog)’이다. 세계일보는 19일, 2025년 조기 대선을 가정한 각종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대표를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기(Threat) 요인으로 SWOT 분석했다.

◆강점(S) : 행정력과 리더십
이 대표는 사석 등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성남시장 시절을 꼽는다. 이 대표는 사법시험 합격 후 성남시를 중심으로 인권 변호사 및 시민사회 운동가로 활동하다 민주당에 입당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시장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돈 5200억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며 지방정부로는 최초로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 청사 마련, 위례신도시 사업권 확보와 불필요한 사업 중단, 선진회계 도입 등을 약속했고 부채를 대부분 청산했다. 모라토리엄 선언 직후 ‘정치쇼’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전국 지자체의 불건전한 재정상태를 점검하고, 예산 전용을 막을 대책을 검토하게 하는 등 제도개선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무상교복, 청년배당까지 ‘이재명표 3대 무상시리즈 브랜드’ 정책을 잇달아 밀어붙였다. 정책 발표 때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책 대부분이 성공을 거두었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에 이정표가 됐다.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은 경기도 및 전국 일부 지자체로 확대됐고,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된 무상교복 정책 역시 경기도 전역 및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만 24세 청년들에게 연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청년배당 정책 역시 성남시가 최초로 시행하고 경기도 및 전국 지자체로 확산했다. 그 밖에도 지역화폐 사업, 아동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청년 면접수당 지원 사업 등이 ‘이재명표’ 사업으로 남았다. 민선 5기 성남시장으로 공약이행률 96%를 달성했다는 발표는 허위사실로 고발됐지만, 검찰 수사 결과 허위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밀려 고배를 마신 이 대표는 이듬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성남에서 시행해 왔던 정책 등을 확대하며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했고, 성남시를 넘어 경기도에서도 행정력을 증명하며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 대표는 2022년에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24년 총선에서 재선 국회의원이 됐고, 민주당의 체질을 바꾸며 친명 체제를 구축했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비이재명)계가 잇달아 공천에서 탈락하며 ‘비명횡사’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과거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당내 분란을 거듭하던 민주당을 ‘이재명 체제’로 탈바꿈하며 리더십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성남과 경기도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행정 능력을 입증했고, 여의도에서 당대표로서의 정치력을 입증했다”고 자신했다.

◆약점(W) : 높은 비호감도와 사법리스크
경기도지사 선거, 2022년 대선, 국회의원 선거 등을 치르면서 이 대표에게 쏟아진 검증 또는 네거티브 공세는 이 대표에게 ‘비호감 정치인’이라는 굴레를 씌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 대선 후보 경선 등에서 1위 주자로 대세론을 이어가자 ‘기-승-전-이재명’이라는 문구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이 대표에 대한 공세가 집중됐다.
형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은 ‘형수 욕설’ 논란은 선거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통되면서 이 대표에게는 깊은 흉터로 남았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키려고 했다는 의혹, 여배우와의 스캔들,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가 트위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해철 전 의원 등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및 모욕하는 글을 올렸다는 ‘혜경궁 김씨’ 의혹 등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등에서 형수 욕설에 대해 인정하고 후회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역부족이었다. 친형 정신병원 감금 의혹, 혜경궁 김씨 의혹 등은 국민의힘이 최근까지도 공세를 반복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3월3~5일, 유권자 1000명 대상)에서 이 대표의 비호감도는 60%, 호감도는 36%였다. 이 대표를 포함한 잠룡 5명 가운데 비호감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고려하면 비호감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 측에서도 비호감도를 낮추기 위해 고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유튜브 방송 등을 위주로 1시간 이상의 긴 호흡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친밀감을 형성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방송에 장시간 출연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통해 이 대표가 ‘도깨비’나 ‘괴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한다.

이 대표를 짓누르는 또 다른 걸림돌은 ‘사법리스크’다. 이 대표는 19일 기준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관련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고, 검사 사칭 위증 교사 사건은 지난해 11월25일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심을 앞두고 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경기도 예산 사적 유용 사건은 각각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히 20대 대선 과정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말해 허위사실을 공포했다는 혐의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선고가 26일로 예정돼 있는데 또다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유죄가 나올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회(O) :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등에 따른 반사이익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최근 이 대표를 두고 “천운이 따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고 2027년 5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다고 가정했을 때, 이 대표가 2027년까지 사법리스크와 수많은 정치적 변수를 견뎌낼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2022년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가장 유력하고, 또 앞서 있는 대선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에 반대하는 민심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제1야당인 민주당, 그리고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당대표로 결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로서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주도하고, 탄핵소추를 이끌어내며, 탄핵을 촉구하는 광장의 민심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 일부와 극렬 지지층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등 ‘우경화’ 흐름을 보이고, 일부 지지층은 극우 세력과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대표에게는 기회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최근 ‘성장과 회복’을 정책 우선과제로 앞세우고,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규정하는 등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에 실망한 중도보수층과 무당층의 여론을 끌어안겠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 등에서 국민의힘이 극우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오른쪽이 비어서 제가 오른쪽에 우리가 역할을 넓힌 것”이라고 했다.

◆위협(T) : 정책 불확실성과 사법리스크 현실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 등을 두고 정책 불확실성의 우려가 이어지는 것은 이 대표가 넘어야 할 과제다.
이 대표가 이제까지 추진해 온 무상시리즈로 대표되는 복지 정책,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기본사회’ 공약 등이 우클릭 행보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두고 ‘믿을 수 없다’는 의심의 시선이 이어지고, 민주당 전통 지지층 등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최근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 규정을 포함할지를 놓고 벌어진 당내 논란이 대표적이다.
애초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이 대표는 입장을 선회해 주 52시간 도입 관련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으나, 당내 논의 과정을 거치며 주 52시간 근무 예외 반대 입장으로 원상 복귀했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가 주 52시간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이 대표는 애초부터 주 52시간을 도입할 생각이 없었다’며 의견이 엇갈렸다. 이 대표가 중도층 표심을 위해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성장과 회복을 내세우며 기본사회 공약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또다시 ‘보편적 기본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정책 분야에서는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이나 정책 등에서 대기업의 기득권을 비판하고,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노동자 권리 보호 등을 강조하면서 쌓인 ‘반기업 정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지난 5일 민주당 대표로선 10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만나고, 2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기로 한 것도 그런 우려를 씻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과거 발언 등을 고려할 때 외교·안보 정책에서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선 국면에서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에 휩싸였고, 지난해 총선 때는 총선을 ‘신(新)한일전’으로 규정하고, 윤석열정부의 대중외교를 비판하며 ““왜 중국에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고맙습니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며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당내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편들고, 세계와의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으로 추천하겠다는 이 대표 인식이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26일로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는 선고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될 경우, 이 대표의 대법원 선고 시점이 변수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층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재촉하고 조기 대선 프레임을 흔들 수 있다.
이 대표의 대법원 선고가 조기 대선 전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선 이후에 재판 진행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은 재판 도중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통령 임기 중 재판이 중지된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논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 강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고 해도 대법원 선고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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