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64〉280자로 만든 '머스크의 세계', 디지털 영향력의 실체

2024-09-23

'아무도 바이든이나 해리스를 암살하려 하지 않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암살 시도가 또 한 번 확인된 뒤, 일론 머스크는 '왜 트럼프를 죽이려 하는가'라는 X(옛 트위터) 포스트에 이같이 답변을 남겼다. 해당 게시물은 곧 삭제되었고, 머스크는 이를 단순한 농담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그저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과연 이 발언이 단순한 농담일까?

머스크는 현재 미국 국방부와 NASA의 주요 계약자로, 그의 기업 스페이스X는 2021년 미국 정찰 위성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국가 정찰국과 18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스페이스X의 상업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미 해군에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가진 그가 X에서 가장 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계정의 소유주이자 플랫폼의 실소유주이기도 하다.

게다가 작년 초, 머스크가 X의 엔지니어들에게 자신의 게시물을 알고리즘을 통해 부각시키라고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그의 이번 발언이 소셜 미디어에서 단순히 맥락을 상실한 농담으로 규정되기에는 너무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을 가능성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애초에 트위터라는 상징적 이름이 X로 변경된 데에는 그의 X에 대한 개인적 선호와 집착이 반영되었듯, 일론 머스크는 자신을 한 소셜 미디어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의도를 실행해왔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머스크처럼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는 개인의 발언이 대중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나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머스크가 정치적으로 급진적 성향을 그동안 공공연히 드러내 왔음을 고려하면, 그의 이번 암살 발언은 누군가에게는 실제 암살을 위한 시도를 부추기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그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는 다르게, 대중은 그 메시지를 각자의 경험과 놓여진 상황의 맥락에 맞게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클리포드 게르츠(Clifford Geertz)는 문화가 상징과 기호로 이루어진 해석적 체계라 설명하며, 특정 행동이나 발언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의미화되는지를 심층 서사(Deep Play) 개념을 통해 분석한 바 있다. 즉, 머스크의 발언은 특정 이데올로기의 확산에 기여하는 문화적 기호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가 드러내 온 정치적 성향의 맥락 속에서 특정한 사회적 서사나 갈등을 상징하고 있다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그의 공개적 발언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가치를 재확인하거나 반발하는 행동을 실천하도록 이끌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일론 머스크는 미국의 기업인이며 국내 대중들에게 그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력은 코인과 같은 직접 투자 분야가 아니라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플랫폼과 개인의 통합적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을, 일종의 '머스크의 세계'가 실현 가능함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또 다른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는 개인의 디지털 세계가 얼마든지 새로 생성되거나 발견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디지털 공간에서 확인하거나 공유하는 메시지가 그 자체로 자신 또는 누군가에게는 강력한 문화적 기호로 작용할 수 있으며, 예상보다 더 우리의 신념과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각자에게 주어진 일상을 사는 것만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당연하듯 접속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확인하는 정보와 누군가의 발언들이 우리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결정에 영향을 끼침을 고려해 비판적 사고와 심층적 맥락 파악을 통해 스스로 주체적인 가치 판단을 이끄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더 넓은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도 달라질 것이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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