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수준에 불과한 대한민국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향상하기 위해 생산시설 보조금, 약가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약품 공급망이 보건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수급 안정이 절실하고, 제약바이오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약바이오 비전 2030 실현 제2차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국민건강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의약품 제조역량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박완갑 종근당바이오 대표는 갈수록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원료의약품 공급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5.6%에 그쳤다. 특히 항생제 원료의약품은 70% 가까이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점유율이 높은 페니실린·세파계 핵심 중간체 6-APA, 7-ACA 는 세계적으로 생산 거점 7곳 중 다섯 군데가 중국에 집중됐다. 두 중간체는 2000년대 초만 해도 CJ, 대상, 종근당바이오 등 국내기업도 생산했지만, 생산 비용 등을 이유로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유사시 국가 보건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박 대표는 정부의 생산기지 지원금 제공을 제안했다. 일본은 항생제 원료의약품 공급망 문제가 대두되자 메이지 세이카와 시오노기 등 제약사의 자국 생산 프로젝트에 550억엔(약 5100억원)의 설비 투자금을 보조했다. 오스트리아 정부 역시 2023년 산도즈와 5년간 1억5000만유로(약 2400억원)의 항생제 원료 생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5000만유로(약 800억원)를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급한다.
박 대표는 “우선순위가 높은 원료의약품부터 정부 지원 하에 생산시설을 갖추면 앞으로 공급망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면서 “일본, 유럽, 미국 등과 원료의약품 공공 협력체를 꾸린다면 국산 원료의약품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산 원료의약품 약가 보조와 원산지 표시 등도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원료의약품 품질 혁신 방안도 논의됐다. 하나제약, 대웅제약, LG화학 등 품질개발 담당자들은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bD) 의무사항 전환, 생산 데이터 표준화 지원, 인재 양성 등을 건의했다. 현재는 QbD 적용이 권고사항으로 규정됐는데, 공정 도입 시 신약 출하에 시간이 오래 걸려 현장에선 꺼리는 분위기 탓이다.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은 “80년간 국민건강을 지킨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은 이제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 산업은 QbD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 최적화 등 두 축으로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