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인 '누누티비'는 국내외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무단으로 배포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에 따르면, 이러한 '누누티비'의 불법 행위로 인해 국내 콘텐츠 업계는 약 4조9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당한 수익을 창출해야 할 제작사는 물론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플랫폼에게 까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례 없는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K콘텐츠 산업의 성장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 대응의 필요성이 다시금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다.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가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는 단지 콘텐츠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보안이 취약한 일부 불법 사이트는 악성코드 유포나 피싱 공격 등의 사이버 위협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각종 사이버 공격의 직접적 피해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제공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아이디·패스워드와 같은 계정정보는 안전하게 보관되거나 관리된다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 더 나아가 해당 사이트에 단순히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스마트폰이나 PC에 저장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피싱 등 금융 사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지 않더라도 관행처럼 자리잡은 불법 계정 공유 행위 역시 보안 위협과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구독해야 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수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이용 부담이 커지면서 불법 계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는 단돈 몇 천원에 내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계정을 여러 명이 공유하게 되면 해킹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그만큼 높아진다. 설령 해킹을 당하지 않더라도 타인이 공유 계정 내 회원정보를 확인하거나 이용 기록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주소나 연락처는 물론 성향과 취미와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 노출될 위험이 존재한다.
동일한 아이디(ID)나 비밀번호를 여러 인터넷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경우 앞서 언급한 보안 위협은 더욱 가중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26.5%가 여러 인터넷 서비스에서 동일한 아이디(ID)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로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더라도 51.3%는 동일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불법적으로 공유된 개인 계정 정보가 금융, 통신, 교육 등 다양한 정상적인 사이트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데, 이 경우 개인의 금전적 피해는 물론,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심각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것이 크게 우려된다.
디지털 경제가 고도화됨에 따라 개인정보는 단순한 식별정보를 넘어 개인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았으며, 그 경제적 효용 또한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다크웹 등을 통한 계정정보의 불법 거래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다량의 계정정보를 무작위로 입력하여 특정 사이트의 회원정보를 노리는 크리덴셜 스터핑(credential stuffing) 공격도 더욱 정교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이버 위협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과 불법 계정 공유 행위는 더 이상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구조적이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과 같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불법 스트리밍 및 계정 공유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는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물론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적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단속과 엄정한 처벌은 K콘텐츠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OTT 사업자도 이용자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 정책에 더불어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 이용자가 안심하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K콘텐츠 산업은 우리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성원 속에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K드라마와 영화를 탄생시켜 왔다. OTT가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는 K콘텐츠의 글로벌 유통망이 빠르게 확장되었고, 콘텐츠 강국으로서의 글로벌 입지도 한층 더 공고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콘텐츠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작사와 콘텐츠 플랫폼이 정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와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는 신뢰 기반의 환경이다. 정부와 플랫폼, 이용자가 모두 정당한 콘텐츠 이용을 실천하고 저작권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성숙된 윤리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랬을 때 K콘텐츠 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최광희 법무법인 세종 고문 khchoi@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