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이젠 ‘오빠’ 대신 ‘내 새끼’
팬덤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나
팬심=Fan+心=어떤 대상을 조건 없이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
“○○○ 팬이에요”, 이 한 마디로도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을 불러일으키던 때가 있었다. 가수 남진·나훈아·조용필로 시작된 ‘오빠 부대’가 H.O.T.·동방신기·빅뱅으로 이어지며 ‘빠순이’란 소리까지 듣던 그 시절 얘기. 그런데 이젠 ‘오빠’가 ‘내 새끼’가 된 시대다. 2025년의 팬덤은 조직적이고 똑똑하다. 스타 없이도 팬들끼리 모여 굿즈(아티스트 기념품)로 꾸민 생일파티를 열고, ‘내 새끼’ 예쁘게 봐달라며 홍보팀이 해야 할 고퀄리티 ‘짤’(짧은 동영상) 제작도 자처한다.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대형 기획사들은 IT 기술을 녹인 팬덤 플랫폼 판을 깔았다. 하이브의 ‘위버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계열사 디어유의 ‘버블’이 양대 산맥.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 하나의 장르가 되고, 황금 IP(지식재산권)로 변모한 K팝 아티스트들이 속속 두 플랫폼에 나뉘어 입점한 지 어언 5년이 됐다. 순탄해 보이던 이 시장에, 막강한 잠재력을 가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가 등장했다. 팬덤 플랫폼 시장에서 카카오는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IP 공룡 카카오의 등장으로 팬덤 비즈니스 산업 전체가 술렁이는데.

1. IP 공룡🦖, 카카오의 등장
“상반기 출시 목표” 참전 선언: 카카오는 현재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연내 신규 팬덤 플랫폼 ‘베리즈’(Berriz)를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팬덤 플랫폼을 준비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플랫폼 내용과 일정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관련 조직을 갖췄고, 상표권도 신청한 상태다.
이 시대의 팬덤 필수재: 잠깐, 팬덤 플랫폼이 뭔지 간단히 짚고 가자. 말 그대로 팬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아티스트의 팬들이 사진·영상 등 콘텐트를 즐기고 소통하며 다양한 팬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온라인 공간이다. 팬 모집 및 관리부터 팬 사인회 공지나 이벤트 예매, 또 굿즈 판매, 오프라인 확장까지 모두 가능하다.
그런데 이미 5년 새 구축된 확고한 양강체계에 후발주자의 등장이 위협이 되려나? 그렇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 카카오는 한 손엔 IP 다른 한손엔 서비스 경험을 들고 있어서다.
IP부자 카카오: 먼저, 팬덤을 형성할 IP가 빵빵하다. 카카오 엔터의 사업은 음악, 스토리, 미디어 등 3가지 영역을 아우른다. 음악 분야에선 멀티 레이블 체제를 표방하며 굵직한 기획사들을 다수 갖고 있다. 2023년 인수한 SM뿐 아니라 이담(아이유)·스타쉽(아이브)·안테나(유재석, 정재형, 페퍼톤스) 등이 있다. 또 BH(이병헌·한지민·박보영 등), 숲(공유·공효진·수지 등) 등 배우 소속사와 작가·감독이 있는 드라마·영화 제작사도 보유하고 있다. “강력한 IP의 힘을 믿는다”는 회사 기조 하에 최근 몇 년 간 전사적인 사활을 걸고 IP 확보에 나선 결과다.
플랫폼? 전문 분야!: 카카오는 국내 손꼽히는 플랫폼 서비스화 기업이다. 모바일 혁명시대,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인 택시, 은행, 결제, 만화 사업 등을 온라인에 성공적으로 이식해 새로운 시장을 만든 성공 경험이 차고 넘친다. 더구나 카카오 엔터는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웹툰 플랫폼 ‘카카오 웹툰’,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 페이지’를 운영 중인 상황. IP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하는 IP 비즈니스 경험도 타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