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끼니를 챙기기 시작하면 곧 알게 된다. 요리는 ‘뚝딱’ 되지 않는다. 아주 그럴싸한 일품요리가 아니라 그냥 밥 한 끼 차려 먹는 것뿐인데도 너무 큰 수고가 든다. 재료는 재료대로, 양념은 양념대로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한지 매번 놀란다. 국간장과 양조간장이 다르고, 대파와 쪽파와 실파가 다르다. 엇비슷한 무언가로 쉽게 대체하겠다는 마음으로는 어느 것도 제대로 완성할 수 없다.
배추가 김치가 되는 데 필요한 것도 한둘이 아니다. 쪽파, 당근, 무, 액젓, 고춧가루, 젓갈, 양파, 생강, 마늘…. 배추만 가지고 김치를 담글 수 없고, 그 하나하나의 재료를 다 준비해야 한다니 엄두가 안 난다. 그냥 재료가 아니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무언가다.
정부는 김장철이 되면 배추값 등 김장 물가 안정에 나선다. 하지만 물가정보가 발표한 올해 4인 가족 김장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33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13% 뛰어 역대 최고다. 포장김치도 지난여름부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사 먹기도, 해 먹기도 비싸다고 김치를 안 먹기는 힘들다.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내 배추 위에 손님이 놓은 5만원권이 놓였다. 5만원이면 배추 10포기만 살 수 있는 돈이다. 소금을 못 샀으니 아직 절이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