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도 멈추면 안돼"…날뛰는 트럼프에, 공장은 황금연휴 풀가동

2025-01-28

“이곳 미국 조지아 공장에선 하루 24시간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설 연휴에도 쉬지는 못하지만,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약 1만1000㎞ 떨어진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의 SK온 배터리 공장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이용민(41) 미주조립팀 매니저는 한국에서의 명절과 상관없이 이곳에서 교대 근무 체제로 공장을 돌려야 한다. 원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은 24시간 돌아가진 않지만, 최근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SKBA는 지난해 말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 2022년 가동을 시작한 SKBA는 22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지난 23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이 고되긴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뜨거운 열정으로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기본 6일, 최장 9일 쉴 수 있는 황금 연휴에도 산업 현장은 멈추지 않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실에서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정유·철강 등 주요 산업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은 명절도 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진 반도체는 생산라인이 단 한 순간도 멈추면 안 된다. 정밀한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시간이 지체될수록 불량품 발생 확률이 커지고, 한 번 멈추면 클린룸 환경을 조성하고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제작 중인 웨이퍼(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 기판)도 전량 폐기해야 하므로 금전적 피해가 크다.

이에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청주 캠퍼스 등 국내 주요 생산라인은 연휴에도 평소와 같이 4조 3교대 체제로 가동된다. 중국 시안, 미국 오스틴 등 해외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생산 직군은 불가피하게 명절이든 휴일이든 계속 교대 조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제조도 반도체와 같이 연속 공정으로 이뤄지는 만큼 생산라인이 중단되면 안 된다. 충남 천안·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경기도 파주와 경북 구미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 모두 명절 연휴에도 불이 꺼지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상승 바람을 타고 있다.

정유 공장 역시 원유를 분리하고 정제하는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체제로 돌아간다. 도중에 가동을 멈추면 장비 내부에 잔여 물질이 남아 부식 등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재가동에 시간이 걸려 산업 곳곳에 쓰이는 석유 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SK에너지 울산 공장, GS칼텍스 여수 공장, 에쓰오일 울산 공장, HD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등 국내 정유 생산라인 모두 교대 근무로 돌아간다.

고로가 24시간 가동되어야 하는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 산업도 마찬가지다. 고로가 한번 멈추면 쇳물이 굳어버려 다시 녹일 수 없게 된다. 결국 설비 자체를 새롭게 교체해야 하는 만큼 재가동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포스코 관계자는 “2022년 힌남노 태풍이 왔을 때도 급하게 쇳물을 빼내는 작업을 해야 했다”이라며 “멈추는 순간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고로는 365일 24시간 계속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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