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가치↑"… HMM, 치솟는 몸값에 매각도 불투명

2025-02-10

지난해 호실적 전망...영업익 450% 급증

보유 현금 14조원 넘어서...몸값 천정부지

올해 시황 악화 전망...리스크 떠안는 상황

HMM이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시절 이후 2년 만에 조단위 영업이익 복귀가 기정사실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경영정상화와 동시에 불어난 몸값으로 HMM의 민영화 작업은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매출 11조4066억원, 영업이익 3조2712억원이다. 매출은 2023년 대비 35.8%, 영업이익은 459.4% 각각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률은 28.7%에 이른다.

이는 동서양을 잇는 수에즈운하가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으로 닫히며 세계적인 물류 적체 현상이 지속된 데 이어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비한 중국의 밀어내기식 물량이 겹치며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HMM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운임에 맞춰 선대를 투입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영업 전략을 택한 것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호실적에 힘입어 HMM의 보유 현금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MM의 현금자산은 14조3422억원이다. 2019년 6578억원에 불과했던 현금자산은 2021년 6조4631억원에 이어 2023년 11조7568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만 2조5854억원 더 늘었다. 호황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뤄낸 셈이다.

다만 이러한 호재는 HMM 민영화에 걸림돌이다. 실제로 실적이 고공행진하며 회사의 기업가치가 치솟고 있다. 업계에선 HMM의 호실적에 더해 오는 4월 정부의 HMM 보유 지분이 더욱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해 몸값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오는 4월 72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에 대해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대상 주식 수는 1억4400만주, 주당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산은과 해진공의 합산 지분율은 현재 67.1%에서 주식 전환 후 71.7%로 상승하게 된다. 주가를 단순 반영해 몸값을 추산하면 약 12조원까지 치솟는다. HMM 인수에 나선 기업들이 제시한 6조원 가량의 몸값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HMM을 둘러싼 경영 환경을 고려해보면 매각 작업의 재개 시점을 점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 HMM은 올해부터 예상되는 불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갈등에 더해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물동량 위축과 운임하락이 예상된다. 향후 1~2년 내 예정된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인이 바뀌는 것은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몸값이 하락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겠지만, HMM 인수에 나선 기업들이 제시한 6조원보다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김경배 HMM 대표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하반기부터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전 세계 교역이 위축돼 운임하락이 본격화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임기도 오는 6월 종료된다. 2022년 6월 취임한 강 회장은 오는 2025년 6월 임기를 마친다. 강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다면 매각 작업 재착수가 가능하지만, 현 정국을 고려하면 연임은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몸값이 불어난 상황에서, 시황 악화가 예상된다"며 "인수기업들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보면 HMM의 민영화 작업은 기약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