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목표요? 막연하게 지금처럼 이렇게 오래 살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최대한 오래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가수로서 18년 차, 배우로서 13년 차를 맞은 이준호는 노련했다. 몸은 더 바빠졌지만 마음에는 한층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이준호는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지난 30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태풍상사’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태풍상사’는 몸도, 마음도, 지갑도 얼어붙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의 고군분투 성공기다.
극중 이준호는 압구정 오렌지족에서 초보 사장이 된 강태풍을 연기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17년간 몸을 담았던 JYP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1인 기획사의 사장이 된 이준호의 상황과 비슷하다.
“2025년의 대부분을 태풍이로 지내오면서 개인적으로도 닮은 지점을 많이 찾아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몰입하기도 쉬웠고요. 강태풍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나도 이렇게 일찍 태풍이처럼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정말 놓기 어렵고, 아쉬웠던 캐릭터였어요”

이준호는 강태풍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순수하고 솔직한 친구”라고 평가했다.
“태풍이는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슬퍼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에요. 다만 선은 지키는, 그런 멋진 캐릭터죠. 너무 솔직한 캐릭터라 연기하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하는 것 없이 편안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첫 회 시청률 5.9%로 시작한 ‘태풍상사’는 입소문을 타고 마지막 회 10.3%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종영했다. 이로서 이준호 역시 지난 2021년 MBC ‘옷소매 붉은 끝동’, 2023년 JTBC ‘킹더랜드’에 이어 3연타석 흥행에 성공, ‘안방극장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생길법한 상황에서 이준호는 ‘현답’을 내놨다.
“사실 배우라면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함께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거든요. 책임감이 없으면 해이해질 수도 있기에,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야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태풍상사’는 IMF 당시 어려움에 처했던 대한민국의 가장, 청춘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당시를 경험했던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이준호는 당시를 “힘들었지만 낭만이 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저희 부모님도 당시 맞벌이를 하시느라 많이 바쁘셨어요. 물론 당시 모든 사람들 처음 겪는 상황이라 많이 힘들었지만 그 시절에는 낭만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앞 집, 옆 집에 편하게 아이들을 서로 맡기던 시절이었잖아요. 제가 겪었던 IMF 시기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보다 낭만이 있었고 어떻게든 그 시기를 이겨내려 노력하는 어른들’을 보며 자랐던 것 같아요”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 속, 드라마들도 미니시리즈화가 진행 중인 추세다. 그에 비해 ‘태풍상사’는 16부작인 비교적 긴 회차로 진행됐다. 이준호는 ‘태풍상사’의 긴 호흡이 오히려 좋았다고 밝혔다.
“‘전원일기’에도 출연했던 김지영 배우와 ‘‘태풍상사’가 ‘전원일기’처럼 더 긴 호흡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어요. 요즘 하도 짧은 호흡의 드라마가 많기에 세계관에 사랑에 빠질려고 하면 종영이 되는 느낌이라 아쉽거든요. 그래서 16부작인 ‘태풍상사’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변해가는 시대 속 어떤 이들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어요”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준호는 찬사를 보냈다.
“다들 서로 ‘이런 배우들을 또 만나기 어려울텐데 너무 아쉽다’는 말을 계속 했어요. 김민하 배우는 솔직하고 숨김이 없고, 잘 받아들이는 배우에요. 저랑 둘 다 말수가 없는 편인데 연기할 때 만큼은 어색함이 없어요. 현장에서 엄청 사랑받는 사랑둥이에요. 앙숙이었던 무진성 배우와는 서로 한 프레임에 얼굴을 붙이고 으르렁거리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사실 우리 둘이 로맨스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태풍상사’가 끝났지만 이준호의 2025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4일부터는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태풍상사 드라마 팬미팅 위드 이준호(Typhoon Family Drama Fan Meeting with LEE JUNHO)’를 진행하며 글로벌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오는 26일에는 넷플릭스 ‘캐셔로’가 공개된다. 출연을 확정지은 영화 ‘베테랑3’도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예전에는 완벽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어요. 어설프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뭐든 재밌어서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스케줄 여유는 더 없어졌지만 마음의 여유는 더 생긴 느낌이에요”

‘태풍상사’는 어떠한 역경에도 끝까지 목표를 위해 포기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2008년 그룹 2PM으로 데뷔해 어느덧 연예계 18년 차 베테랑이 된 이준호에게 인생 목표에 대해 물었다.
“그냥 막연하게, 지금처럼 작품을 계속하고 대본을 보고 싶어요.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감사한 일이죠. 지금 있는 것들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한편으로는 더 여유있게, 편안하게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런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