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가 재점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발의 법안들을 통합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 및 '음식배달 플랫폼 이용료' 단일안(플랫폼 특별법)을 발의했다.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입점업체 보호라는 취지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이번 입법이 시장 현실을 정확히 진단했고, 법리적으로도 정당한 처방인지에는 의문이 크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위반에 대한 제재는 엄격한 '입증'을 전제로 한다. 제재는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등 가혹한 대가를 부과하는 공권력의 행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은 개별 사건뿐만 아니라 입법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영향평가'는 규제의 비용과 편익을 정밀 분석해 그 적정성을 데이터로 증명하라는 명령이다. 하물며 특정 산업 전체를 흔드는 특별법이라면, 규제 필요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되는 '대규모유통업법'은 공정위가 기존 법으로 제재를 시도했으나 법원에서 반복적으로 한계가 확인되며 '규제 공백'이 입증된 뒤 제정된 법이다. 반면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주요 플랫폼에 대해 공정위는 엄밀한 시장획정을 요구하지 않는 '거래상 지위 남용' 법리를 적용해 제재하고 있다. 법적 다툼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행법 체계가 무력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별법이 메워야 할 치명적 공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면, 기존 규율을 반복하는 수준의 강력한 특별법 추진은 법리적 정당성이 약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입증 없는 규제가 가져올 '혁신의 위축'이다. 플랫폼 특별법은 플랫폼을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처럼 취급해 복잡한 계약서 작성, 사전 통지 의무, 각종 투명성 보고 등 경직된 의무를 부과하려 한다. 예컨대 플랫폼의 경쟁력 요소이자 소비자와 입점업체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기획하는 혁신적인 프로모션이나 알고리즘 개선조차 '계약 변경'이나 '불이익 제공'으로 간주돼 사전 통제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플랫폼을 일정한 틀에 가두면 서비스는 획일화되고, 결국 하향 평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러한 규제 비용은 고스란히 진입 장벽으로도 작용한다.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에 적응하며 살아남겠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 플랫폼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고정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 플랫폼의 자생력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진입 비용이 과도하게 높지 않았던 규제환경 덕이기도 하다.
'규제형평(level playing)' 문제 또한 심각하다. 형식적으로 역외 적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서버와 본사를 해외에 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해 우리 행정력이 실효적으로 미칠지는 미지수다. 특히 국내에서의 사업활동 관련 정보가 충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 집행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와 실태 조사 자체가 쉽지 않다. 그 결과 규제가 형식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시장의 실제 작동 방식과 괴리된 채 집행되어 의도와 다른 규제 효과가 나타날 소지가 크다.
규제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해야 약이 된다. 특정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을 만들려면 기존 법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는 명백한 증거와 새로운 규제가 가져올 편익이 비용을 웃돈다는 확실한 입증이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설익은 입법이 아니라 현행법의 엄정한 집행과 시장의 자율적 정화 기능을 신뢰하며 '혁신'과 '공정'의 균형점을 찾는 지혜다. 입증되지 않은 규제는 보호가 아니라 부담일 뿐이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tostyle@cw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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