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13년간 대항마 없었다, 그들을 괴물로 키운 사람들

2026-01-06

쿠팡은 13년간 대항마가 없었다. 소비 흐름이 ‘오프라인→온라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었지만 정치권은 방관했다. 그 사이 쿠팡은 시장을 독식했고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정부와 상의없이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회 청문회에서 되레 큰소리를 치는 등 이례적인 태도를 보이며 질타를 받고 있다. 무엇이 쿠팡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유통법학회장),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주영훈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 등 유통 전문가 5인은 제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치권의 방관을 꼽았다. 이종우 교수는 “이미 2010년대부터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확장했는데, 법과 제도가 시대에 맞게 바뀌지 못해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의 독점 체계는 2013년 여·야 합의를 거쳐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산법)이 시발점이 됐다. 이 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 휴업, 새벽 시간(자정~오전 10시) 영업 금지 규제를 걸었다. 쿠팡이 새벽배송을 전면에 내세워 365일, 24시간 영업할 때 경쟁업체인 대형마트들은 손발이 묶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미 (마트들은) 주차장, 냉장·냉동트럭, 최적화된 물류 동선까지 탄탄한 배송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지만, 정작 영업을 못하니 대응이 불가능했다”고 아쉬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비중(지난해 11월 기준)은 54.1%로, 오프라인을 앞섰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가 없거나 되레 악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여러번 나왔다. 하지만 규제는 바뀌지 않았다. 국회는 오히려 지난해 유산법 일몰기한을 2029년까지 4년 연장했다.

2012년 유산법을 발의했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오프라인 유통업 환경이 바뀌었고 이커머스가 거대해진 상황은 인지하고 있지만, 대형마트 규제를 무작정 축소하면 그 과정에서 또 (과도한 근무로 피해를 보는) 새벽 노동자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전통시장도 살려야 하고 마트에 입점한 상인들도 살려야 하고 노동자들도 살려야 하고, 이런 것에 초점을 두고 (법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커머스에 대한 정치권의 정책적·입법적 판단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2020년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정연승 교수는 “온플법 제정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며 “새 법이 아니더라도 기존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용했다면 (쿠팡 논란이 커지는)이런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유산법을 발의했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최근 (유산법 등) 대형마트 규제 관련 이슈에 대해 팔로우하고 있지 않아 전달할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13년간 규제망을 피한 쿠팡은 수십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싸고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그 결과 ‘소비자 길들이기’에 성공했다. 가격 인하로 발생한 손해는 납품·입점업체(셀러)에게 걷어서 메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이 판매촉진비·판매장려금 명목으로 납품업체에서 거둬들인 비용은 약 2조3424억원이다. 2024년 쿠팡 연간 영업이익(약 6023억원)의 4배 수준이다. 주영훈 수석연구원은 “쿠팡의 입지는 현실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상황이고 ‘규모의 경제’에 따라 이커머스업 운영 전반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일 교수는 “잘 되는 분야를 제약하는 규제는 다른 업태에 풍선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새로운 규제보다는) 현재 있는 제도와 관련 법의 적용을 현실에 맞게 정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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