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인이 인생을 사는 데 중요한 네 가지 항목으로 능력·열정·태도·눈치를 꼽았다. 능력이 부족하면 열정이 있어야 하고 열정이 없으면 태도가 반듯해야 하며 태도가 그렇지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실현 문제도 비슷하다. 우선 능력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전문가마다 기후변화를 멈추게 할 유일한 방법은 과학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우리는 기후변화를 야기한 대표적 원인인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확보와 같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일정 수준의 능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은 열정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시작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전 지구적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30년도 전인 1992년 브라질 리우기후변화협약부터다. 32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에서 열정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기후변화 대응 능력 개발과 비교해 기후변화를 함께 걱정하고 탄소 중립 등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열정은 다소 부족했다.
인류의 단 하나밖에 없는 삶의 터전인 지구에 대한 태도는 반듯했을까. 32년 전 지구의 앞날을 생각하는 리우합의를 이끌어냈고 협의체를 구성한 점은 바른 태도였다. 2015년에는 인류의 노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32년 전 협의보다 실질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줄일 수 있는 파리기후협정도 채택했다. 195개국이 동참했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게 됐다. 올해는 제출했던 NDC 감축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첫해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약속하고 약속의 이행을 점검하는 일련의 태도는 지구를 생각하는 매우 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요소는 눈치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눈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앞서가는 게 문제일 듯싶다.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가 좀 더 성장해야 한다’거나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피해자’라는 등 국가마다 나름 논리를 내세워 글로벌 상황 변화에 눈치를 보고 있다. 선진국조차 파리기후협정 가입과 탈퇴를 번복하고 때로는 억지 주장과 눈치 보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눈치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해외 감축분이라는 국제적 제도를 만들었지만 감축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현지 국가와 감축 기술 시행 국가의 눈치 보기로 신속한 실천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능력은 일정 수준을 갖춰가고 있으나 여전히 열정은 당면한 위기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상황이다. 이성과 지성을 가진 인류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올바른 태도는 보유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깨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각국이 과도한 눈치 보기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상황이 깨지는 순간 최고의 능력, 바른 태도를 바탕으로 파리기후협정이 정한 마지노선인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 섭씨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열정도 되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