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지만 위험을 부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이른바 '테일 리스크(tail risk)' 우려다. 미 행정부가 '달러의 무기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스위프트(SWIFT) 등 기존 금융망 통제를 벗어난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이 확산하면 제재 수단으로서의 달러 효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재원 서울대 교수는 '글로벌 통화질서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 발제에서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60% 안팎이 달러이고, 국제 채권 발행 통화도 달러 비중이 최대”라며 “은행 간 대출 역시 달러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달러 지배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치적으로 달러의 무기화가 지속되면 반(反)달러 블록이 넓어질 수 있다”며 “양자 간 무역에서 비기축 통화 사용이 늘고, 블록체인 기술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지배의 근본 동력으로 미 국채를 축으로 한 미국 금융시장의 압도적 유동성을 꼽았다. 그는 “사우디가 '페트로 달러' 체제를 고수하고 '페트로 위안화'로 쉽게 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중국이 원유 대금을 위안화로 지급해도 사우디가 그 자금을 안전하게 파킹할 역외 위안화(오프쇼어) 자산 풀이 얕아 규모·깊이·환금성에서 달러 자산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남우 연세대 교수는 달러 강세 근본 배경으로 미국 기업의 압도적 경쟁력과 자본시장 매력을 꼽았다. 그는 “전 세계 시가총액의 60%가 미국 기업이며, 우량 세계적 기업 대부분이 미국 상장을 선호한다”며 “TSMC도 주식의 20%를 미국에 상장했고, 혁신기업 대부분이 미국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말했다. 재정지표나 거시 환경이 다소 약화해도, 글로벌 자본이 모이는 구조가 달러의 기초체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종원 KDI 초빙연구위원은 달러 중심 체제의 단기 지속 가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민간 부문의 구조 변화가 중장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70% 수준이던 공공 부문의 외화보유액 내 달러 비중이 58% 아래로 떨어졌고, 민간 부문이 이를 일부 보완하며 달러 자산을 더 늘리고 있다”며 “공공 부문은 외환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지만, 민간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달러는 여전히 많이 쓰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점점 커지는 '꼬리위험비용(tail risk cost)이 따른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확산이 일종의 탈동조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달러가 약세일 때 금값이 오르고, 특정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진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된 사례 등 이러한 시기에는 달러 위험조정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사용은 확대되지만, 그것이 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유통되면, 전통적 의미의 달러 패권과는 다른 모습의 패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달러 패권 강화' 프레임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힘을 확장하기보다는, 오히려 신흥국 금융 위기를 미국 연준의 부담으로 전가하고, 통화 무기화 수단으로서의 효용까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웅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워 관세 인상과 달러 약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는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적자와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확대 역시 이러한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유재수 간사는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 패권 강화로 보는 시각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달러 패권 중심의 논의와 달러라는 화폐 단위의 글로벌 범용성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달러 패권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통화정책의 외부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예컨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처럼 광범위하게 쓰일 경우, 해당 국가의 위기나 시스템 충격이 미 연준의 책임 범위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달러 체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유 간사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상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현행 스위프트(SWIFT) 기반 달러 무기화 수단도 약화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재원 교수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자체보다는 테더나 서클 같은 발행 주체를 통해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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