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의 존재가치는 농업·농촌·농민에 있다는 점을 늘 마음에 두고 농협 혁신과 농민 실익 증대에 매진하겠습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선언하며 지난해 ‘농협호(號)’ 선장에 오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7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이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진행한 ‘농민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강 회장은 “지난해 폭염·폭우·폭설 등 이상기후와 경기침체로 농업·농촌·농협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고, 올해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면서도 “올해 범농협 전 임직원이 한 배를 타고 풍랑을 헤쳐가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자세로 농협의 변화와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새해 들뜬 분위기를 진작 내려놓고, 2월초부터 농협 계열사로 발걸음을 돌려 혁신을 당부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먼저 꺼내는 메시지가 ‘농협의 존재가치’다. 그는 “농협은 농민이 출자해 세운 조직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농협중앙회와 금융·경제 계열사가 한몸처럼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농협 2년차 핵심 과제에 대해선 “농업소득 향상을 통한 ‘돈 버는 농업’을 구현하기 위해 보급형 스마트팜을 필두로 생산성 증대과 경영비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본격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 = 이승환 편집국장
- 연초부터 범농협 계열사 현장경영을 펼치며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데.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농업 전반과 범농협 계열사, 농·축협 경영 여건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자칫 역성장이 될 수도 있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타개할 실질적인 대책을 현장에서 찾고 있다. 2월초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유통·축산 관련 계열사 21곳을 방문했다. 여기서 범농협 계열사의 수익성은 농협중앙회에 출자한 1111개 농·축협과 206만명 조합원의 실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수익성 없는 사업장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할 생각이다.
- 1년 동안 농·축협 현장을 쉼 없이 방문한 것도 인상적이다.
▶‘우문현답’의 마음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가면 농·축협뿐 아니라 농업·농촌 전반의 현황과 고충을 들을 수 있다. 지난해 굵직한 농정활동 성과들이 모두 현장 의견에서 출발했다.
예컨대 2025년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정부 출연금을 1500억원 확보했다. 농민들이 자금 대출을 쉽게 받으려면 농신보 재원 확충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듣고 정부를 설득했다. 농업진흥구역 내 농자재 판매장 설치 허용, 공동퇴비제조장 배출가스 처리시설 설치 유예, 공공형 계절근로자 업무 범위 확대, 농협중앙회 재해 복구 지원 무이자자금 8000억원으로 확대 등은 모두 현장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중앙회, 농·축협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다. 올해도 우문현답의 마음으로 농정활동에 임하겠다.
- 올해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 중 농협 부담분을 우선 지원해 주목받았다.
▶올해 농협의 비료 입찰 과정에서 업체들이 15% 이상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50회 이상 입찰한 끝에 전년 대비 5.9% 인상으로 가격 상승을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비료 가격 인상분 지원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농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인상률은 21.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격 인상분에 대한 농협 부담 비율 30%(372억원)라도 우선 지원해 급한 불을 끄고자 했다. 이를 통해 농민이 체감하는 비료 가격 인상률은 21.5%에서 15%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상분 지원 예산 편성을 정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하겠다.
- 취임 후 ‘돈 버는 농업’을 핵심 어젠다로 제시했다. 어떻게 이행할 구상인가.
▶지난 30년간 농업소득이 100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농촌에 사람이 들어오게 하려면 결국 농업으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농업소득 향상을 위해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가경영비는 줄이며, 농축산물 중간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려 한다. 올해 기존 비닐하우스를 갖고 있는 농가에 ‘보급형 스마트팜 모델’을 적용할 것이다. 1000만∼2000만원 비용으로 양액기와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개량해 온도 조절, 영양제 투입 등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모델이다. 조합장 시절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을 맡으면서 현장에 보급해봤는데, 노동력 절감 효과와 생산성 증대 효과가 확실했다. 국내 농업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농가들을 스마트농업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와 함께 일선 농·축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농가에 파견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의 지원을 늘리겠다. 농협몰을 플랫폼으로 삼아 농협 유통계열사와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 산지 거점 농산물유통센터(APC) 간 배송을 연계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겠다.
- 농협이 축산농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현장 주문도 많다.
▶농협은 사료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면 즉시 내리고, 인상 요인이 생기면 최대한 지연해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두차례에 걸친 사료 가격 인하로 영농비 부담을 1211억원 경감시켰다. 농협 사료 가격은 일반 사료 대비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사료 가격 변동 요인을 면밀하게 살펴 기민하게 대응하겠다. 지난해 축산물 할인 행사를 총 19회 진행해 1362억원의 소비 진작 효과도 냈다. 올해도 할인 행사를 19회 계획 중이다. 여기에 조합 주도로 조사료를 생산하고자 농·축협에 올해 자금 970억원을 지원한다. 한우 전문 번식농가를 키우는 뿌리농가 육성사업은 올해 1만3000농가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한육우농가 자금 6387억원의 상환 기한도 1년 연장했다.
- 인삼 재고 증가로 인삼농가와 농협 부담도 크다.
▶인삼 소비가 줄어 산업이 정체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삼농협 재고액만 2446억원에 달한다. 인삼농협들과 뜻을 모아 판매 기반을 강화하고 수출 확대로 문제를 헤쳐나가겠다. 농협 유통계열사 매장에 상설 판매장을 16곳으로 확충하고, 매장 현대화 지원사업으로 인삼농협 거점 판매장을 육성하겠다. 소비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별 수출 주력 상품을 출시해 제품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삼농협 수출액이 1258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늘어야 한다.
- 줄곧 강조한 ‘농민과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농민과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을 만들려면 농협 정체성이 확고해야 한다. 임직원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는 농협이념교육을 지난해 시작했다. 올해는 각종 사고 예방교육을 추가하고, 농협 계열사와 농·축협 직원이 함께 교육받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농·축협에 지원하는 무이자자금도 올해 16조원으로 늘려 농산물 가공·판매 사업 지원을 강화하겠다. 농협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국민의 변함없는 사랑 덕분이라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 금융 사고 방지를 위해 내부 통제체계를 재정비하고, 농촌왕진버스와 사랑의 집 고치기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적극 나서겠다.
정리=김해대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