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처럼 깊은 블랙 회화'로 인기 높은 이진주,홍콩서 첫 개인전

2025-01-11

특별제조한 수제안료로 채색하는 작가 이진주

홍콩 유즈미술관의 프로젝트 공간서 개인전

3월2일까지 25점 선보여‥홍콩서 팬층 두터워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이진주(b.1980)의 그림은 칠흙처럼 어둡고 깊은 '블랙 페인팅'이다. 벨벳을 연상케 하는 특별한 블랙 물감으로 밀도높은 회화를 선보여온 이진주가 홍콩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전속작가 이진주의 첫 홍콩 개인전이 지난 1월 5일 현지서 막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진주는 홍콩 유즈미술관이 프로젝트성 공간으로 운영하는 '유즈 프로젝트 스페이스 오브 아트'에서 '닿지 않는 땅 No Ground'라는 타이틀로 작품전을 시작했다.

오는 3월 2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 이진주는 대표적 연작인 '블랙 페인팅을 비롯해 신작 23점과 설치 회화 등 총 25점을 선보인다. 이진주의 이번 전시는 유즈미술관의 '유즈 플로우(Yuz Flow)'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진주는 섬세하고 밀도 높은 그림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일상에서 접하는 낯설고 기묘한 장면, 대상, 풍경을 동양화의 채색기법을 응용해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진주의 작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시간과 공간과 시점을 입체적 회화로 표현한 '쉐이프드 캔버스' 작업은 큰 풍경 안에 여러 이야기들이 담기며 레이어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다른 파트는 '블랙 페인팅'이다. 칠흙처럼 검은 바탕 속에서 인간의 신체 일부분, 특히 얼굴과 손 등을 집중적으로 표현한 이 검은 회화는 파편화된 대상들을 낯설고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진주의 블랙 페인팅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검은 배경 속에 겹겹이 감춰져 있을 법한 심연의 세계로 빨려들 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번 홍콩 전시에 이진주는 가로 4m의 대형 파노라마 풍경화 '닿지 않는 땅 No Ground'(2024)을 출품했다. 설경 속 커다란 바위와 인물이 어우러졌고, 어떠한 사건의 흔적이 남겨진 장면을 보여준다. 계절과 시간이 모호하게 뒤엉킨 모습은 여러 상황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극도로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방식은 감상자를 화면 가까이 자꾸 다가가도록 만든다.

이진주의 트레이드 마크에 해당되는 작품인 '블랙 페인팅' 중 '볼 수 있는 Visible' 연작 8점과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이루어진 Composed of Events, Not Things' 연작 10점도 전시에 포함됐다.

남편이자 동료 작가인 이정배가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한 수제안료인 '이정배 블랙'으로 채색한 작품은 그 깊이감이 상상 이상이다. 수성 분채와 투명도가 높은 전통 동양화 재료를 혼합해 특별히 만든 이 안료는 매우 어둡고 밀도가 높다. 작가는 이 특별한 안료로 벨벳 같은 질감을 가진 '무광의 검은 색 화면'을 구현해낸다.

2차원의 화면 위에서 '설치회화'의 또다른 경계를 창조한 이진주는 "홍콩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돼 기쁘다"며 "작품에서 보이는 것은 지극히 사실적 형상이지만 의미 너머의 것들, 형언할 수 없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가능성들을 시각언어로 변환해 펼쳐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예술가로서의 고전적인 소명을 계승하며 회화의 언어를 통해 세상의 본질을 포착하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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