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3홀에 위치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 전시관. 줄을 서서 5분을 기다린 끝에 아너의 스마트폰 매직V3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감지 기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10초 내외 인물 영상을 보고 진짜 사람인지, AI로 만든 가짜 사람인지 맞추는 기능. 회사 측이 제공한 여러 영상 중 하나를 골라 재생을 누르고 스마트폰 화면 상단 버튼을 누르자 5초도 되지 않아 ‘AI 얼굴 합성이 의심됨’(suspected ai face swap detected)이란 문구가 떴다.
AI와 새로운 디스플레이, 통신기술을 앞세운 모바일 혁신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대규모 전시관을 내며 ‘모바일 굴기’를 알렸고, 삼성전자와 국내 통신사들도 AI를 접목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중국 스마트폰 뭐가 다른데
화웨이‧샤오미부터 테크노‧리얼미까지 중국 스마트폰 업체 부스엔 ‘미래 스마트폰’을 체험해보려는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AI를 활용해 딥페이크를 감지하고, 3겹으로 화면을 접고,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①두 번 접고, 색깔도 변신: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곳은 화웨이의 세계 최초 트리플 폴드폰 ‘메이트 XT’ 전시였다. 알파벳 Z 모양으로 두 번 접을 수 있는데 완전히 펼쳤을 때 10.2인치로 소형 태블릿 PC와 같은 크기가 된다. 펼쳤을 때 가장 얇은 부분 두께는 3.6㎜다. 유튜브 영상을 재생한 상태로 화면을 접어도 끊김이 없었다. 리얼미는 온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스마트폰 ‘리얼미 14 프로’ 시리즈를 공개했다. 후면 패널이 온도에 따라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16도 아래로 내려가면 흰색이 푸른색으로 바뀐다. 영구적이진 않고,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을 시 최대 3년까지 지속된다.
테크노는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강점으로 홍보한 ‘스파크 슬림’을 내놨다. 5.75㎜ 두께로 USB-C 타입 충전기를 겨우 꽂을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5200mAh(밀리암페어)로 갤럭시S25 일반 모델(4000mAh)의 배터리보다 용량이 컸다.
②AI와 밀착: 샤오미는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샤오미 AI 서비스인 ‘하이퍼 AI’는 AI 작문, AI 음성 인식 등이 가능하며 새 운영체제(OS)인 ‘하이퍼 OS 2’가 탑재된 샤오미 15시리즈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샤오미는 또 구글과 협업해 구글의 AI 서비스 제미나이를 샤오미 앱과 연동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글로벌에서 익숙한 제미나이로 해외 고객도 잡겠다는 뜻이다. 14㎜에서 200㎜ 광학 줌까지 총 4가지 렌즈를 탑재한 ‘샤오미15 울트라’도 공개했다. AI 딥페이크 감지 기술을 선보인 아너는 상반기 중 폴더블폰 ‘매직 V3’ 등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이를 적용한다. 아너 관계자는 “아직 사람만 구별할 수 있지만, 차차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카메라 내세운 삼성, AI네트워크 기술 선보인 통신사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한 카메라 기술과 AI와 접목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갤럭시 S25 울트라에는 50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2억 화소 메인 카메라, 5000만 화소 5배 줌 카메라 등이 탑재됐다. 조성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센서 및 렌즈, 이를 처리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AP)까지 갖춘 ‘카메라 콤비네이션’ 기술을 통해 ‘모든 환경에서 가장 좋은 화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카메라 성능 개선엔 AI의 힘도 컸다. 이번 갤럭시 S25 시리즈엔 전작 대비 40% 이상 늘어난 총 160개 AI 기술을 탑재했다. 기존 AI 기술 성능도 강화해 사진, 영상, 편집 기능을 개선햇다. ‘생성형 편집’ 지우개 기능이 대표적이다. 기존엔 사진에서 지우고자 하는 대상을 AI로 지운 후에도 그림자가 남아 있어 ‘이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성대 부사장은 “사람만 선택해도 사람에 달린 그림자까지 같이 분석해 한꺼번에 지워지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시관에 실에 매달릴 정도로 얇고 가벼운 ‘갤럭시 S25 엣지’의 시제품도 전시했다. 다만 만질 수는 없고, 볼 수만 있었다.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해 이동통신망의 가치를 높이는 네트워크 AI 기술들을 시연했다. 범용 서버에 그래픽처리장치(GPU) 포함 다양한 칩셋을 적용해 통신과 AI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게 하는 ‘AI 기지국(AI-RAN)’ 기술이 대표적이다. KT는 6세대(G) 이동통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과 함께 경기장 실시간 AI 자막 번역 서비스, AI 응원가 등 일상과 접목된 기술을 선보였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