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 시절 토니 블랑코는 일본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외국인 거포였다. KBO 출신 타이론 우즈의 뒤를 이어 주니치 유니폼을 입었고, 2009년 첫 시즌부터 39홈런을 때렸다. 블랑코는 요코하마와 오릭스를 거쳐 NPB 8년 동안 통산 181홈런에 542타점을 기록했다.
블랑코는 지난 4월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나이트클럽 붕괴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향년 44세. 마지막 순간 그는 자기 목숨을 던져 친구를 구했다. 전 메이저리그(MLB) 내야수 에스테반 헤르만은 참사 후 인터뷰에서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블랑코가 나를 밀어내며 구했다. 바로 그때 지붕이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블랑코와 헤르만은 NPB 오릭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사이였다. MLB 사무국은 공식 성명을 내고 블랑코를 애도했다.
이제 그 아들이 아버지를 뒤이어 빅리그 드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피츠버그 산하 싱글 A팀 소속인 토니 블랑코 주니어(20)는 아버지에게 이름뿐 아니라 장타력까지 물려받았다. 키 201㎝, 체중 110㎏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가 일품이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30경기에서 8홈런을 때렸다.
블랑코 주니어는 10일 열린 애리조나 가을리그 홈런 더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마이너리그 팀 동료 에스메를린 발데스와 최종 라운드에서 경쟁했다. 2-2 동점 승부를 펼치다 블랑코 주니어가 마지막 스윙 기회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홈런을 때렸다.
블랑코 주니어가 마지막 홈런을 날리자 발데스가 가장 먼저 달려 나와 그를 부둥켜안았다. 둘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블랑코 주니어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먼저 떠올렸다. 마지막까지 경쟁한 친구 발데스가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았다.
발데스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가을리그 전부터 토니하고 홈런 더비에서 맞붙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이렇게 경쟁하고 우리 팀으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토니의 우승은 그 가족과 아버지를 위한 거다. 토니는 정말 아버지를 많이 사랑했다. 토니가 자랑스럽다”고 축하를 전했다.
블랑코 주니어는 “어릴 때 TV로 홈런 더비를 보곤 했다.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아버지가 저를 보고 계셨다면 정말 자랑스러워하셨을 거다”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MLB닷컴은 “블랑코 주니어의 우승은 그저 한 사람의 영광이 아니라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향한 헌정의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