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1031건 저질렀는데 ‘전과 없어’ 감형?…“디지털 성범죄 양형 이유 개선해야”

2025-12-01

불법촬영을 1000건 넘게 저질러도 ‘전과가 없다’거나 영상 유포 후 삭제를 의뢰했다는 이유만으로 감형을 받는 등 디지털 성범죄 특성에 맞지 않는 양형인자가 감경 사유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회복과 범죄 현실에 맞는 양형 기준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일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가 감형되는 이유들’ 보고서를 보면,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가중 처벌 이유에 해당하는데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감경받은 사례가 확인된다. 이은심 법무법인 혜석 변호사와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 사이 1심 판결을 받은 불법촬영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3개월간 거의 매일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불법촬영 1031회를 저지르거나, 5개월간 무음 촬영 앱을 이용해 15세 미성년자를 비롯한 다수를 총 233회 촬영한 사례에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이유가 유리한 정상으로 적용됐다. 형사처벌 전력이 있더라도 동종 전과가 없거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유리한 참작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도 감형 이유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됐다.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했는데도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제출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한 사례들도 있었다. 공탁을 하지 않았는데도 ‘공탁을 하지 못 한 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서 노력했다는 사실만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도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이 한번 유포되면 회수·삭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데도 피고인이 디지털 장의사에게 삭제를 의뢰한 것이 특별감경인자로 적용됐다. 한 피고인은 채팅방을 개설해 200회 가량 피해자들에게 성관계 영상을 전송하도록 해 온라인에 확산시켰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속적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면서도 “디지털 장의사를 통해 영상 삭제 및 모니터링 등으로 추가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 온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증거 인멸에 해당할 수 있는 영상물 삭제가 ‘피해확산방지를 위한 조치’라는 이유로 감형 사유로 꼽힌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증거 인멸을 위한 삭제와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삭제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은 실제 양형에서의 충돌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날 지난해 여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 친밀한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9.2%로, 2021년(16.1%) 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친밀한 파트너에게 폭력 피해를 입은 비율은 전체 여성폭력 피해율(35.8%)의 과반을 차지했다. 연구원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주요한 형태일 뿐 아니라 지난 3년간 그 비중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준다”며 “원인을 자세히 탐색하기 위한 다양한 심층 연구의 추진과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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