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복잡한 일과 마주했을 때 떠오르는 ‘전략가’ 붓꽃

5월은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지요. 그리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 한 해 동안 가장 활동하기 좋은 쾌적한 날씨라 그런가 봅니다. 자연도 싱그럽게 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도 5월엔 여러 행사들이 몰려 있죠. 어린이날과 성년의 날, 어버이날에 스승의 날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때에 따라선 올해처럼 음력으로 쇠는 석가탄신일과 단오절도 5월에 있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행사를 치르고 나면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버리곤 하죠. 요즘 지구온난화로 4월부터 더워지기 시작해서 5월이면 아직 봄인데도 여름 날씨였는데 올해는 그래도 다른 해에 비해 상당히 덥지가 않네요. 이런 날씨에는 날씨를 핑계 삼아 평소 못 가본 곳에 가보기도 하고 산책도 더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가족 행사가 꽤 많은 5월, 일가친척끼리 모이면 종종 화투놀이를 하곤 합니다. 일본에서 유래한 놀이라서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은 놀이인데요. 그래도 시골에 계신 어른들은 이 놀이를 좋아하시는 편이에요.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놀며 게임에 빠지듯 어른들은 마을 회관에 모이면 누구랄 것 없이 화투를 꺼내 놀이를 시작하곤 하십니다. 일본에서 유래했지만 일본 역시 포르투갈 상인들에게 배운 놀이를 변형한 것이라서 누가 종주국이다 말하기 어렵다고 해요. 다만 그림 방식이나 내용이 왜색이 짙어서 가급적 하지 말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최근에는 어르신들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해서 많이 즐기고 있지요. 화투를 사용한 게임 방식은 꽤나 다양하고 하나의 놀이라도 지역마다 혹은 집집마다 규칙이 달라서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이 화투라는 것을 자세히 보면 ‘식물 그림’이에요. 1월부터 12월을 각각 상징하는 식물들이 그려져 있죠. 그중에 5월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붓꽃입니다.

붓꽃은 그 꽃봉오리 모양이 먹물을 묻힌 붓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생김새가 꽃창포 같기도 해서인지 일본인들은 붓꽃을 창포(菖蒲)라고 합니다. 우리가 ‘단옷날에는 창포물에 머리 감는다’라고 할 때의 그 창포는 아니지만 한자는 같은 걸 써요. 그래서 헷갈리는 것 같아요. 일본어로 창포(菖蒲)를 발음하면 ‘쇼부’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쇼부를 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일본어 ‘쇼부’는 사실 승부(勝負)라는 뜻이에요. 장수들이 싸우며 이기고 지는 것을 가리는 것을 쇼부라고 하기 때문에 5월에 있는 ‘남자아이의 날’에 그것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갑옷 그림이나 붓꽃 그림을 선물해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5월을 상징하는 화투패를 붓꽃으로 정한 듯해요.

물론 붓꽃이 5월에 피기도 합니다. 붓꽃은 피기 전에는 붓처럼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창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붓꽃의 잎사귀를 보면 칼처럼 생기기도 했죠. 꽃이 피기 전 뾰족한 생김새를 문(文)을 상징하는 붓으로도 보고 무(武)를 상징하는 창으로도 보는 거예요. 결국 사람 마음에 따라 사물이 달리 보이는 것이지요.

그보다도 붓꽃의 놀라움은 다른 데 있습니다. 꽃이 피면서 안쪽 꽃잎은 곧추서고 바깥쪽 꽃잎은 수평으로 벌어져 늘어지는데, 언뜻 보면 암술도 수술도 보이지 않아요. 꽃잎 사이에 암술과 수술을 감춰두었기 때문이죠. 꽃가루가 빗물에 씻기거나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함인 듯합니다. 곤충이 꽃을 찾아왔을 때 암술과 수술이 보이지 않으면 꽃가루받이가 쉽지 않겠지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벌에게 ‘허니가이드’(꽃에서 꿀이 분비되는 부분이 다른 부위와 구별되게 하는 빛깔이나 반점 따위)로 유혹을 하고 벌이 꽃잎에 앉으면 틈이 벌어져 수술이 드러나는 거예요. 이때 벌이 꿀을 먹으려 하면 그 수술이 벌의 몸에 닿게 되면서 꽃가루를 잔뜩 묻힙니다. 벌은 그대로 다른 꽃에 날아가서 또다시 꿀을 따려고 꽃잎에 앉아서 기어들어 가겠지요. 그러면서 암술을 건드리면 몸에 묻어있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묻게 되며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집니다.